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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치 자막, 관객에 장벽 아니라 되레 몰입 효과” NYT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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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치 자막, 관객에 장벽 아니라 되레 몰입 효과” NYT 재조명

입력
2020.02.13 18:43
수정
2020.02.13 22:5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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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기생충은 게임체인저” 평가… 비영어권 영화 세계시장 부각 주목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뒤 프레스룸에 들러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뒤 프레스룸에 들러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미국 극장 체인들은 자막 영화 상영을 늘리고 있지만 흥행의 벽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탁월하게 매끄럽고 연출도 돋보인 ‘기생충’을 계기로 우리는 매월 수십 편의 자막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덴슨 랜돌프 AMC극장 부사장)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을 계기로 재조명되는 비(非)영어 영화, 즉 자막 영화의 매력을 분석했다. NYT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자막 영화의 친숙도가 높아졌다며 미국 문화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자막 영화의 장점을 전했다.

NYT는 ‘1인치 자막은 미국인들에게 아직도 장벽인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자막 영화를 볼 때는 더 관심을 갖고 집중을 해야 해 두뇌가 시ㆍ청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더 다양한 인지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막이 장벽이 아니라 오히려 몰입을 통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관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NYT는 다만 “미국 극장 체인은 아직 자막 영화를 마케팅하는 확실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기생충’은 막대한 마케팅 예산을 포함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이 이처럼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서 ‘미국적 가치관을 움직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3일 사설을 통해 “미국에서 자막의 장벽은 높았지만 3곳으로 출발한 상영관이 1,000곳을 넘어설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며, “보편적인 메시지가 미국인 관객을 끌어들였다”고 평했다. 신문은 영화 속의 ‘격차와 분단’은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사실상 미국도 안고 있는 공통적인 고통이라고 설명했다. 꿈이나 번영 같은 미국적 가치관의 구현을 상징하는 오스카상을 수상한 건, 결국 ‘격차와 분단’이 이제는 모두가 무시할 수 없는 주제라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또 ‘기생충’을 세계 영화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치켜세웠다. 업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할 때, ‘블루오션’에 속하는 비(非)백인ㆍ비(非)영어권 영화 ‘기생충’이 세계 영화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전 세계 영화 제작자와 배급사들이 ‘기생충’의 성공이 세계 영화 시장의 새 문을 열 것으로 본다”며 “할리우드 바깥 영화들도 세계적인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릴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기생충’ 해외 배급사들의 현재 상황을 봤을 때 이 모든 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미 연예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미국 영화 예매 서비스 업체 판당고의 ‘기생충’ 예매율은 10일 전주 대비 443%까지 치솟았다. ‘기생충’의 미 보급사인 네온은 미 전역의 상영관을 1,061개에서 2,000개로 확대하기로 했고, 영국 배급사 커즌은 개봉 첫 주 136개였던 상영관을 이번 주말에 430개로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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