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8년째를 맞는 한송이(36ㆍKGC인삼공사)가 윙스파이커에서 센터로 보직을 완전히 전향한 뒤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한송이는 올 시즌 22경기(97세트)에 출전해 193득점(공격성공률 39.7%)을 올리고 있다. 특히 블로킹 득점으로만 59점인데 그의 전성기 성적(2012~13시즌ㆍ59득점)을 벌써 추월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개인 통산 600블로킹(역대 5호)을 달성했다.
한송이의 활약 속에 소속팀 KGC인삼공사는 시즌 첫 4연승을 내달리며 ‘봄배구’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2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기업은행전에서는 시즌 첫 3-0 완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다. 3위 흥국생명과 승점차가 6으로 좁혀졌는데 흥국생명은 주포인 이재영과 루시아가 동시에 빠진 상태여서 인삼공사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송이는 13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어느 누구의 역할이 좋아졌다기 보다 팀원 모두가 봄배구를 바라는 마음이 강해졌고 이것이 코트에서 긍정적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면서 “인삼공사에서만 봄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결과는 하늘에 맡기겠다”라고 말했다.
2003년 실업리그 시절 데뷔한 한송이는 강력한 왼쪽 공격수로 활약하며 2번이나 챔피언에 올랐고, 2007~08시즌엔 득점왕(692점)도 차지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4강의 주역이기도 하다. 도로공사, 흥국생명, GS칼텍스 등 이적한 팀마다 모두 봄배구에 올려 놓으며 역대 통산 득점 4위(4,808점)에 올라있다.
물론 그에게도 내리막은 있었다. 지난 2014~15시즌 40.1%를 찍었던 공격성공률은 2017~18과 2018~19시즌에는 32%대까지 떨어졌다. 한송이는 “2016년부터 라이트-센터, 레프트-센터 등 포지션을 겸업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올 시즌 처음 센터로 완전히 고정 출전하면서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그는 “오랜 시간 배구를 했지만, 센터로 출전한 시간은 많지 않다”면서 “센터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다 보니 더 잘하고 싶고 더 배우고 싶고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도 든다. 심지어 지금에 와서 배구가 재미있기까지 하다”면서 웃었다.
포지션 전향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한송이는 “윙스파이커를 계속 고집했다면 지금 코트에 없을 지도 모른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맞춰 포지션 변경이 이뤄졌고 덕분에 더 오래 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오히려 감사함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공격 기회가 줄어든 점에 대해서도 후배 센터 양효진(31ㆍ현대건설)을 예로 들었다. 그는 “(양)효진이는 팀 내 공격점유율이 20%를 넘는다”면서 “나는 아직 센터로 부족한 면이 많다. 내가 더 잘해준다면 세터도 나를 더 믿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윙스파이커에 비해 공격 기회는 줄었지만, 블로킹에 참여할 수 있어 또 다른 쾌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영택 인삼공사 감독대행이나 팬들도 ‘회춘했다’ ‘배구도사가 됐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송이는 “회춘했다는 건 듣기 좋지만 ‘배구 도사’는 너무 쑥스럽다”면서 “제 능력을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앙에서 다이렉트킬 상황에서는 예전의 강력했던 ‘여전사’의 모습도 나온다. 한송이는 “다이렉트킬은 여전히 자신 있다”면서 “때로는 확실한 모습으로 팀 분위기를 올릴 필요도 있다”라며 웃었다.
한송이는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배구시계는 5세트 10점 상태’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지금도 시간상으로는 5세트 10점이 맞다”면서 “하지만 경기가 언제 끝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엔 5세트 듀스에서 25점까지 가는 경기도 있다. 제가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경기를 더 이어갈 수도 빨리 끝낼 수도 있다”라며 웃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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