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무비자 입국 중단 열흘째
제주~중국 직항 노선 1개만 운영
중소형 호텔 객실가동률 10%대
“내국인 관광객까지 반토막” 울상
“그 많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열흘 전부터 코빼기도 안보이네요.”
13일 오후 평소 중국인 관광객들로 늘 붐비던 제주시 ‘누웨모루 거리’가 텅텅 비어 있었다. 그나마 점심시간을 맞아 오가는 상가 직원과 도민들만 한두명 정도 눈에 띌 뿐 중국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4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제주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가 중단된 이후 벌어진 풍경이다.
누웨모루 거리에서 영업 중인 한 상가 직원은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지난달말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더니, 무사증 제도가 중단된 이후에는 하루 동안 중국인 관광객을 보는 게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썰렁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제주를 찾았던 신종 코로나 확진 중국인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지난 2일부터 임시 휴업했다가 7일 영업을 재개한 시내면세점 2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면세점은 신종 코로나 발생 이전에는 1일 평균 2,000여명이 왔지만, 무사증 제도 중단 이후엔 방문객이 100여명에 그치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방문객 중 대부분은 대만이나 동남아시아 관광객이고, 주요 방문객이던 중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서 무사증 제도가 다시 운영되길 바랄 뿐”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도내 중소형 호텔들도 객실 가동률이 10%대로 떨어져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일부는 임시 휴업을 하거나 직원들에게 무급 휴직을 권고하는 호텔들도 늘어나고 있다.
13일 제주도에 따르면 무사증 제도가 중단된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187명으로, 1일 평균 100명이 조금 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4,148명(1일 평균 2,683명)에 비교해 95.1%나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제주-중국간 직항 항공편 18개 노선 중 17개 노선이 중단됐고, 현재 제주-상해 노선만 운항 중이다. 상해 노선도 다음주쯤 운항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제주-중국간 하늘길도 완전히 막힐 처지에 놓였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확진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다녀간 이후 일부 음식점 등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출입금지하는 등 중국인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젠 그럴 필요도 없을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을 제주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중단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제주가 신종 코로나 청정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내국인 관광객까지 반토막 나면서 제주관광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데 있다”며 “실제 항상 만석이던 제주 기점 항공기 좌석이 남아돌고 있고, 도내 대형호텔과 주요 관광지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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