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세종도로 동쪽에 버스 통행 가능하도록 추진… 8002번 버스 노선도 신설
사직로는 유지… 시민ㆍ정부 반발에 한발 후퇴
4월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려도 양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버스가 다닌다. 시위나 집회가 특히 몰리는 주말엔 추가로 운영되는 버스 노선도 새로 생긴다. 광화문광장을 새롭게 조성하는 쪽으로 검토됐다가 논란이 된 사직로의 광장 전환은 전면 백지화됐다.
서울시는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 광화문광장 조성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지난해 9월 새 광화문 조성사업 연기를 발표한 뒤 6개월여 만에 새로 내놓은 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8년 왕복 10차로인 광화문 세종대로를 6차로로 줄이고 광화문 광장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시민단체와 행정안전부 등 정부의 반발에 크게 부딪혀 당시 사업 추진을 연기했다.
시가 새롭게 꺼낸 광화문광장 조성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집회 시 교통 대안이다.
시는 경찰청과 협의를 거쳐 세종대로 동쪽에 가변식 이동시설물을 세워 양방향으로 시위나 집회가 몰리는 주말에 상시로 버스 통행을 가능토록 추진한다. 주말에 고정적으로 운행하는 8002번 버스를 신설해 4월부터 상명대→경복궁역(회차)→필운대로→자하문로→상명대 노선도 운행한다. 숭례문에서 삼청공원까지 운행하는 종로11번 마을버스는 집회로 삼청동 입구가 통제되면 노선 일부를 변경해 지하철 환승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광화문광장에서 주말에 대규모 집회나 시위가 벌어져 인근 주민들의 발이 꽁꽁 묶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시는 광화문광장에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시위를 제한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시는 기존안에서 문제로 지적된 일부 계획을 수정했다.
사직로를 광장으로 활용하고 정부서울청사를 우회하는 ‘U자형’ 우회도로 조성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시가 U자형 우회도로 조성 시 차량 정체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데다, 정부서울청사 부지 일부를 우회도로로 사용해야 해 행안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결국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복원을 추진한 경복궁 월대(궁궐 앞에 놓는 단)도 문화재청 발굴 조사가 끝나면 복원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잡음이 일어났던 이순신상 이전 및 수도권급행철도(GTX)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 계획은 더 논의한 후 시간을 갖고 검토키로 했다. 진희선 행정2부시장은 “GTX 노선 사업의 경우 의견이 분분하다”며 “시행 주체가 국토교통부이고 민자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어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과는 별개로 시행 주체와 협의하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지난해 9월부터 시민을 비롯해 전문가와 61회에 걸쳐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새 광화문 조성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진 부시장은 “새 조성안 추진 방향이 바뀌면서 사업비는 일부 줄어들 예정”이라며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아닌) 시민의 속도에 맞춰 광장을 시민의 주체성을 펼칠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그러나 광화문광장을 장기적으로 찻길없는 전면 보행광장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은 확고히 내비쳤다. 올해 안에 광화문일대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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