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ㆍ주민들의 소음 피해 호소에
종로구청 행정대집행
청와대 인근에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등이 설치한 집회용 천막이 13일 모두 철거됐다. 하지만 범투본은 다시 돌아와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혀 청와대 앞 시위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청은 13일 오전 7시 25분쯤 청와대 사랑채 인근 인도를 무단점유한 범투본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9개 단체의 천막 13동과 집회 물품을 강제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현장에 투입된 구청직원과 용역업체 직원 500여 명은 1시간 20여분 만에 불법 시설물을 모두 철거했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 1,000여 명과 소방관 100여 명도 배치됐다. 범투본 회원 등 일부가 고성을 지르며 철거에 반발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시는 행정대집행에 들어간 1억원의 비용을 집회 주체들에게 청구할 방침이다.
범투본과 전교조 등은 지난해 말부터 청와대 인근 도로에 천막을 세우고 농성을 벌이면서 인근 주민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청와대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범투본은 집회 현장을 ‘광야 교회’라 부르며 확성기를 이용해 매일 찬송가와 기도를 하는 통에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청와대 사랑채와 500m 가량 떨어진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이들이 집회를 벌이는 날엔 등ㆍ하교는 물론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며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의 소음 피해 호소가 이어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집회를 자제하는 분위기 등을 감안해 종로구청은 해당 단체들에 천막을 자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5차례 보냈다. 하지만 따르지 않자 결국 강제철거에 나섰다.
130여일 만에 청와대 앞 천막들이 철거되긴 했지만 갈등 요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범투본은 농성장이 철거됐어도 주말 집회를 멈추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당장 범투본이 이번 주말 다시 청와대 앞 시위를 재개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범투본 관계자는 “번거롭게 됐을 뿐 끝까지 가겠다”며 “주말 집회 때 임시 천막을 설치하는 방식 등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도 범투본이 집회를 강행하면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행정대집행은 도로법 61조에 따른 불법 설치 천막과 적치물 철거”라며 “집시법 위반 사항은 아니라 집회는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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