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총장 시절 제안… 검찰 “수사-기소권 견제 수단 외면하며 실효성 없는 방안 고집”
검찰 수사와 기소 분리 방침을 밝힌 법무부가 정작 검찰에서 제안한 독립수사청 설립 방안은 6개월째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보다 강력한 수사 통제 방안을 외면하고 실효성마저 의심되는 수사ㆍ기소 분리 방안에 집착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독립수사청은 말 그대로 특정 분야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별도의 기구로, 문무일 전 총장이 2018년 10월 마약조직범죄수사청(마약청) 설립을 제안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 안팎에서는 “독립수사청이 설치되면 수사와 기소 기능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문 전 총장은 마약청 설립안을 두 차례에 걸쳐 법무부에 송부했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2019년 5월 ‘마약청 설립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면서 독립수사청 논의는 활기를 띠는 듯했다. 잇따라 조세범죄수사청 설립안까지 법무부에 넘어왔다. 독립수사청 설립에 대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또한 인사청문회 당시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마약청 설립TF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3개월만인 지난해 8월 활동을 종료했고, 조세범죄수사청 설립안은 아예 논의의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박 전 장관 후임으로 취임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완전히 새로운 청을 2~3개 만드는 본격적인 논의는 국회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발을 빼면서 사실상 추진동력을 잃었다. 추 장관 또한 인사청문회 당시 관련 서면질의에서 ‘입법과 예산이 동반돼야 하는 문제라 국회와의 논의,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당장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은 도리어 검찰 내부의 수사와 기소 판단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수사권 및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는 독립수사청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으면서 실효성이 의심스런 방안을 고집하고 있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검사장 출신의 개업 변호사는 “최소한 당시 TF에서 어떤 결론을 내렸고, 어떤 한계점이 있어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 정도는 밝히고 나서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추 장관은 12일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을 통해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협의하자는 뜻을 윤 총장에게 전했지만, 윤 총장은 “법무부에서 구체적 안을 마련한 상태가 아니라서 아직은 아니다”는 취지에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추 장관이 윤 총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수사ㆍ기소 주체 분리를 언급한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고, 검사장 회의를 개최하자는 등의 제안을 하며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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