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용 ‘미래한국당’짝 맞춘듯 ‘미래통합당’… ‘국민의당’도 돌고 돌아 복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명 사용 불허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달도 남지 않은 4ㆍ15 총선을 앞두고 당명을 둘러싼 논란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각 당의 이합집산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명에 담겨야 할 당의 가치와 이념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이런 행태를 두고 “한국 정치의 맨 얼굴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유독 당명을 둘러싼 잡음이 잦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신당이 늘어난 이유도 있다. 16일까지 선관위에 등록된 41개 정당과 26개 창당준비위원회 명칭에는 ‘국민’과 ‘미래’가 들어간 당명이 8개로 가장 많았다. 선거용으로 당을 만들 경우 ‘미래’, ‘통합’, ‘국민’, ‘선진’ 등 포괄적 단어를 당명에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성정당도 당명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유한국당이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 위성정당은 당초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당명을 신청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불허하자 ‘미래한국당’으로 바꿔야 했다. 한국당이 중심이 된 보수진영 통합당의 당명도 ‘미래통합당’(가칭)으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도 ‘통합신당’, ‘미래한국통합신당’ 등 여러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미래한국당과 짝을 이룬 미래통합당이 낙점을 받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사한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 외에 어떤 가치가 녹아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당 수명이 짧아지면서 당명 변경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정작 담아내야 할 가치들이 뒷전으로 밀린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하면서 ‘바른미래당’이 됐고, 민주당과 안철수 전 대표 측의 새정치연합이 만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전에 있었던 ‘대통합민주신당’도 마찬가지 작명이다. 각각의 정치세력과 당이 새로 만드는 당의 명칭에 지분처럼 자기 몫을 주장하는 관례가 이런 혼종 당명을 만들어낸 것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 당 대표가 추진 중인 신당 당명 변경 논란도 정치권의 후진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은 ‘안철수신당’ 이라는 보스 중심 당명을 신청했다가 선관위 퇴짜를 맞은 뒤 ‘국민당’으로 바꿨으나 이마저도 승인을 받지 못했다. 결국 안 전 대표가 2016년 총선에서 만들었던 ‘국민의당’으로 원대복귀했다. 이를 두고 안철수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정당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보스 중심의 당명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공화당에서 제명된 홍문종 의원이 추진하는 ‘친박신당’은 18대 총선 당시 친박근혜계가 한나라당(현 한국당)을 떠나 만들었던 ‘친박연대’를 떠올리게 한다.

2008년 6월 17일 서청원 당시 친박연대 원내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 같은 현실은 ‘뿌리가 약하고 줄기만 무성한’ 한국 정당정치 현실과 무관치 않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명 정치인의 합종연횡에 의해 하향식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우리 정당의 현실이 당명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며 “말이 정당이지 일종의 팩션(factionㆍ파벌, 파당)에 가깝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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