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역사상 처음… 업체들 줄줄이 불참의사 전해
이달 24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2020가 결국 전격 취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불참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MWC 행사가 취소되는 건 1987년 전시회 시작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MWC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존 호프먼 회장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MWC2020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신종 코로나로 인한 전세계적 우려와 여행 자제 등 여러 상황 때문에 행사를 개최하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MWC가 열리는 바르셀로나 당국도 GSMA 측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GSMA는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에도 여섯 차례 공지를 통해 행사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달 5일 LG전자를 시작으로 내로라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줄줄이 불참 의사를 전달하자 결국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이날까지 MWC 전시를 취소하겠다고 선언한 기업은 인텔과 페이스북, 아마존, 소니, 시스코 등 20여곳에 달했다. 심지어 중국 기업인 ZTE와 비보까지 불참하겠다고 밝히면서 전시회가 제대로 성사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MWC는 전 세계 약 200개국에서 2,500개에 달하는 기업과 10만명이 넘는 참관객이 방문하는 바르셀로나 연중 최대 행사다. 당국은 지난해 MWC를 통해서만 4억7,000만유로(약 6,037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시회 특성상 손으로 기기를 만져보거나 직접 착용해보는 체험이 많고, 최소 6,000명의 중국인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를 샀다. GSMA 측은 사흘 전 사실상 중국인 관람객의 출입을 막는 강력한 조치까지 내놨지만, 참가 기업들의 ‘불참 러시’를 막지는 못했다.
기업들은 이번 행사 취소로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시장 위약금과 관련해선 한시름 덜었지만, 예약했던 항공권과 호텔 비용에 따른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 글로벌 전시회 참가 기회가 많지 않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ICT 정책을 결정하는 각국 정부 관료들과 기업 의사결정권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GSMA 측은 “내년 MWC 2021과 그 이후를 위해 우리는 바르셀로나 당국과 계속해서 협업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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