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 부당사항 40건 확인
폭행으로 형 선고 받아도 지도자 자격증 유지
징계 기간 중 다른 단체로 이동해 활동하기도
한국 쇼트트랙 대표 주자인 심석희 선수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자신의 코치인 조재범씨의 지속적 폭행을 폭로한 이후 스포츠계에서도 미투가 잇따랐다. 하지만 스포츠 비리 조사와 처리는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익감사 청구로 진행한 ‘국가대표 및 선수촌 등 운영ㆍ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감사원이 성폭력 사건과 관련된 관리 문제, 문체부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지도ㆍ감독 적정성을 점검한 결과 40건의 위법ㆍ부당 사항이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체부는 이미 2008년 ‘스포츠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체육지도자 자격증 소지자를 의무 채용하도록 했다. 성폭력 등 비위지도자의 자격증을 취소ㆍ정지해 학교 운동부 취업을 제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선수 성폭행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도 자격증이 그대로 유지돼 학교에서 계속 근무하는 사례가 상당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이 2014~2018년 대학체육회가 징계한 지도자를 표본 조사해보니 자격증 취소(4명)나 정지(93명) 처분이 필요한 지도자가 97명에 달했다. 그 중 15명은 계속해서 학생과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문체부는 비위 지도자가 징계 기간 중 다른 체육단체로 이동해 활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체육단체 간 징계 정보를 공유하는 방침도 2013년에 마련했다. 그러나 2018년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지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징계정보 공유가 곤란하다는 대한체육회의 의견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1월 조재범 코치의 성폭행 사건이 추가로 알려지자 ‘체육단체 간 징계 정보 공유’를 또 다시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는 사이 선수 폭행으로 장애인수영연맹에서 제명된 코치가 대한수영연맹에 등록해 복귀하는 등 비위를 저지른 지도자 4명은 단체를 옮겨 활동을 이어갔다.
성폭력 가해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건 2차 가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대한체육회는 일단 자격정지를 받은 지도자의 경우 징계 기간 동안 체육회 내 모든 활동을 제한한다. 그러나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지난해 6월까지 자격정지 1년 이상의 경우에만 활동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 결과 피해자가 경기 기간 중 가해자를 피해 다녀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2017년 언어폭력 및 강제추행 혐의로 신고 당한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 코치는 혐의에 비해 경미한 자격정지 6개월 처분으로 선수 자격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팀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해당 코치는 피해자들의 직접 고소로 2018년 징역 1년6개월의 형을 선고 받았다.
감사원은 또 대한체육회가 범죄를 저지른 지도자들을 별도로 고발하지 않아 문체부의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팍타크로협회는 성희롱ㆍ폭행 등 혐의가 있는 전 국가대표 감독에 대해 자격정지 7년 처분을 내렸지만, 따로 고발을 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범죄 혐의가 있는데도 고발 조치를 누락한 스포츠지도자는 31명에 달한다.
문체부가 운영하는 스포츠비리신고센터의 운영도 지적 대상이었다. 감사원은 신고센터가 대한태권도협회 임원의 배임ㆍ횡령 혐의 신고를 받고도 3년이 넘도록 조사하지 않는 등 2014~2017년에 접수된 10건의 신고 내용이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대한택견연맹 임원의 비리를 조사한 경찰이 업무상 횡령혐의로 해당 임원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신고센터에 통보했음에도 징계 요구를 하지 않는 등 비위를 확인하고도 징계 없이 종결한 사례는 7건에 달했다.
훈련비 사용에 대한 관리ㆍ감독 부적정 사례도 적발됐다. 대한카바디협회는 국가대표의 촌외훈련용 숙소를 임차한 후 실제 월임대료는 계약서보다 낮춘 이면계약을 체결해 3년 동안 1억9,400여만원을 보조금 지급 목적과 다르게 쓴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가 숙박비와 급식비, 훈련수당 등을 본래 목적과 다르게 집행한 보조금이 7억800여만원에 달한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의 직원들은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위해 고용한 외국인 코치와 선수의 훈련수당 3억7,60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문체부 장관에게 관련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징계요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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