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를 불완전 판매한 우리ㆍ하나은행이 역대 최대 규모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1심’ 격인 금융감독원이 부과한 금액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소비자보호 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제재가 내려졌다는 평가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전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DLF 관련한 기관 제재 중 과태료 부분을 심의한 결과, 우리은행에 190억원, 하나은행엔 16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애초 금융감독원이 건의한 과태료 금액보다 각각 40억원, 100억원씩 낮춰진 결과다.
증선위원들은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아 은행에 사안의 심각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 결과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불완전판매 비율은 두 은행 평균 33%에 달했다.
다만 은행들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배상을 나서고 있다는 점이 정상참작 요인으로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이날 기준 531명에게 312억원을 배상했고, 하나은행은 ‘DLF 배상위원회’를 구성하고 배상 절차에 착수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DLF 배상 준비금으로 1,600억원을 준비하기도 했다.
증선위의 이번 결정으로 DLF 관련 모든 제재는 다음달 초 효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9일 열릴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기관 제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고 이후 ‘사전통지 및 의견개진 기간(10일)’을 거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장 전결로 제재가 확정된 당시 두 은행 기관장(손태승 우리은행장ㆍ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도 3월 초에 함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3월 24일로 예정된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연임은 불가능해진다. 문책경고 효력이 발생하면 현재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임기가 끝난 뒤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손 회장 측은 우선 행정소송을 통해 제재 효력 발생을 유예시키고 법적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증선위가 은행들의 과태료를 비교적 큰 폭으로 감경해준 것이 법정 다툼에서 손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감경된 과태료 역시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두 은행의 과태료는 앞선 최고기록(2018년 골드만삭스 75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에 이어 금융위도 사태를 엄중하게 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점은 손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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