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중국 후베이성에서 현금 인센티브로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마을이 처음 등장했다. 돈을 뿌려서라도 전염을 막겠다는 것이다.
후베이성 스옌시 마오젠구는 지난 8일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사례가 단 1건도 증가하지 않은 동네에 10만위안(약 1,700만원)의 장려금을 주기로 했다. 발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발견한 주민에게는 500위안(약 8만5,000원), 증세가 의심돼 자발적으로 진료를 받는 주민에게는 1,000위안(약 17만원)을 지급한다.
스옌시는 신종 코로나 발생지인 후베이성에서 모범 사례로 꼽힌다. 단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치사율이 0.19%에 불과하다. 3%를 훌쩍 넘는 후베이성 평균 치사율과 비교하면 ‘클린’ 지역으로 불릴 만하다. 다만 스옌시 전체 확진자 536명 가운데 마오젠구의 확진자는 181명에 달한다. 후베이성의 다른 동네에 비하면 이 또한 낮은 수치이지만, 스옌시에서만 따지면 확진자가 가장 많은 ‘취약’ 동네다. 언제 환자가 폭증할지 모르는 위험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스옌시가 현금을 내걸면서까지 유난을 떠는 것은 지리적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후베이성 서북부에 위치하는 스옌시는 사방으로 4개 성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다. 평소에는 사통팔달의 지형 덕분에 이동이 편리하지만, 지금처럼 전염병이 확산된 비상시국에서는 감염의 온상으로 전락할 소지가 적지 않다. 한시라도 경계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셈이다.
이 조치를 시행한 이후 한 아파트 위층 12가구의 주민이 나흘간 꼼짝도 않고 집밖 출입을 삼가는 등 주민들의 호응은 높은 편이다. 48명의 주민이 단체로 발열 검사를 받으러 병원을 찾기도 했다. 스옌시의 기발한 실험이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