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배제 파국까진 가지 않을 듯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공천을 둘러싼 당과 홍 전 대표의 힘겨루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홍 전 대표가 경남 양산을 출마를 당에 ‘역제안’ 하면서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절반의 수확’이라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서울 회군을 원하는 당이 마지막까지 홍 전 대표의 결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공관위는 12일에도 홍 전 대표 공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이날 홍 전 대표 공천과 관련, “거목이 될 나무를 엉뚱한 데다 뿌리를 박게 하면 거목으로 자랄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PK(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도 굉장히 중시하는 지역이다. PK에서 빼앗긴 곳은 탈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 요구를 수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후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공관위 회의도 아직 안 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와 관련 공관위 관계자는“김 위원장이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 의지를‘절반의 수확’으로 표현한 건 고향(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을 떠나겠다는 선택은 존중하지만, 아직 (홍 전 대표가 원한)‘양산을’이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공관위에서는 홍 전 대표가 험지라고 주장하는 양산을보다 서울에서 홍 전 대표의 활용가치가 더 크다는 판단을 하는 분위기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 생가가 있는 양산을은 한국당 입장에서 험지로 단정하기 어렵다. 민주당 색채가 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시 서형수(40.3%) 민주당 후보가 이장권(38.4%) 새누리당(현 한국당) 후보에게 불과 1.9%포인트 차로 신승을 했다.
때문에 공관위 내부적으로는 서울 송파갑과 동대문을에서 총선 승리를 경험했던 홍 전 대표가 서울로 방향을 트는 그림을 마지막까지 압박하는 분위기다. 홍 전 대표가 나경원 (동작을) 전 원내대표, 오세훈(광진을) 전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 선거의 간판으로 나서주면, 종로의 황교안 대표와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황 대표의 종로 출마 때처럼 홍 전 대표도 스스로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이날 “내일이나 모레까지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려 한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PK 선거의 중요성도 계속 강조하고 있는 만큼, 서울 출마를 거부하는 홍 전 대표를 공천에서 완전히 배제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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