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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과도한 공포가 경제 더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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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과도한 공포가 경제 더 망친다"

입력
2020.02.13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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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ㆍ丁총리 등 총력… “행사 취소ㆍ연기 불필요” 지침

확진자 스쳐간 매장 폐쇄 등 과잉 대응에 소비 현장 초토화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남대문 시장에서 상인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남대문 시장에서 상인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연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질병 확산세는 점차 수위를 낮추고 있음에도 대중의 공포심과 이에 따른 경제전반의 위축 양상이 줄지 않자 국정 최고위 3인방이 동시에 총력 홍보전에 나선 셈이다. 전문가들도 “감염병 사태의 경제 충격은 질병 자체보다 경제활동 위축으로 발생한다”며 차분한 일상으로의 복귀가 경제의 코로나 감염을 막을 우선 대책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무조건 행사 취소, 바람직 않다”

문 대통령은 12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전통시장을 기피하거나 하는 것은 국민 생활이나 민생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빨리 다시 활발하게 활동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난 9일 우한 교민 임시수용시설이 있는 충북 진천ㆍ아산 방문 당시와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에 이어 최근 나흘간 벌써 3번째 비슷한 취지의 호소를 반복한 것이다.

10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시장ㆍ식당에 나가 소비진작에 힘쓰라”고 주문했던 정 국무총리도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중앙부처나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를 무조건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상점이 며칠간 문을 닫는 것도 공중보건 측면에서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런 정부 기류에 발맞춰 ‘신종 코로나 우려로 지역 축제나 시험 등 집단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가 없다’는 권고 지침을 마련해 이날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메르스 때도 공포심리가 경제 초토화

이 같은 정부의 호소는 최근 극도로 위축된 경제현장 때문이다.

확진자가 다녀간 영화관, 음식점, 백화점 등은 임시 휴업까지 하고 방역을 마쳐도 손님은 예전만큼 오지 않고 있다. 이는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에게 연쇄충격을 준다.

또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이 아니더라도 각종 모임과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 되면서 음식점, 도ㆍ소매 업종의 피해도 커졌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지난 4~10일 조사 결과, 소상공인의 97.9%는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고 이중 44%는 매출이 50% 이상 급감했다고 응답했다.

과도한 공포심으로 인한 소비 위축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발생 때 이미 경험했다. 메르스는 감염자의 분비물로만 전염되고 실제 국내 확진환자 전원이 의료기관에서 나왔지만, “숨만 쉬어도 메르스에 걸릴 수 있다”는 괴담이 당시 떠돌았다.

메르스 감염 공포에 요즘처럼 외부 활동 중단, 각종 행사 취소ㆍ연기, 2,000여 학교 휴교 등이 이어졌고, 심지어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음식배달, 택배배송, 택시 운행까지 거부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는 그해 경제 타격으로 직결됐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15년 6월 의복, 가방 등 준내구재 소매판매는 한 달 사이 11.6%나 감소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각각 12.6%, 14.7% 급감했다. 서비스업생산도 운수(-6.1%), 숙박ㆍ음식(-10.2%), 예술ㆍ스포츠ㆍ여가(-12.6%) 등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은 당시 메르스가 한국 경제 성장률을 0.2~0.3%포인트 가량 끌어내린 것으로 추산했다.

◇“차분한 대응 필요”

이번 신종 코로나는 메르스 때보다 치명도가 훨씬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확진자 발생 21일이 지났지만 아직 사망자는 없다. 메르스 때는 122명이 감염돼 10명이 사망했다. 또 감염자가 크게 늘어나려면 3차 이상의 감염 사례가 급증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3차 감염자는 3명에 불과하다. 메르스 때는 3차 감염자가 120명, 4차 감염자도 26명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과잉 대응이 오히려 경제주체 모두를 감염병 사태의 피해자로 만드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칫 우리 사회 스스로 사태 피해의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병 자체보다 소비자의 심리 위축에 더 좌우된다”며 “바이러스 확산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며 차분하게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도 “확진자 동선의 가게 문까지 닫는 것은 너무한 대응”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정보가 퍼지지 않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행동 가이드라인 등을 제정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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