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신종 코로나 때문에 이달 24일부터 4일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참석 여부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MWC에 참석하기로 했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은 박 사장이 MWC 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상황이 변하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박 사장은 MWC에서 해외 기업들과 업무 회의가 잡혀 있어서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상대 기업들이 속속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박 사장은 글로벌 미팅 여러 개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상황인 만큼 추가로 약속들이 취소된다면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SK텔레콤 내부에서도 임원들이 박 사장의 참석을 만류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지역을 막론하고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지위에 상관없이 자가 격리차원에서 2주간 재택 근무를 해야 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원격 근무도 하지만 회의 등 일정이 많아 CEO가 2주간 회사를 비우기 힘들다”며 “임원들이 이런 상황을 감안해 박 사장의 MWC 참석을 말리는 분위기도 있다”라고 전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MWC 기간에 갖기로 한 약속들이 일부 취소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하 부회장과 만남을 갖기로 한 상대 기업의 CEO들이 불참하면서 약속이 줄어들고 있다”며 “하지만 현지에서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어서 불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하 부회장은 회사 방침에 따라 귀국 후 2주간 자가 격리 상태에서 업무를 보기로 했다. LG유플러스도 지역에 상관없이 해외 출장자는 귀국 후 2주간 재택 근무를 해야 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CEO부터 철저하게 자가 격리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글로벌 미팅이 줄어들고 있어 MWC 참여 임원 등을 최소화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KT는 황창규 회장은 불참하고 차기 CEO로 내정된 구현모 사장이 MWC에 참석할 예정이나 일정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상대쪽에서 MWC 기간에 잡힌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기를 요청하면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상황에 따라 참가 일정이 단축될 수 있다”고 전했다.
MWC 주최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14일에 회의를 열어 행사 진행 여부를 다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GSMA는 MWC에 참가하는 각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들에서 보건 안전 문제에 대한 문의가 늘자 행사 취소까지 포함해 MWC 개최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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