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검찰 내 수사와 기소를 분리시켜야 한다며 일본의 ‘총괄심사검찰관’ 제도를 외국의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법무부 설명과 달리, 이 제도는 공판부 소속 검사에게 수사 과정의 심사를 맡기는 것일 뿐 기소 자체에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검찰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이 제도를 참고한 ‘인권수사자문관’ 제도를 도입ㆍ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느닷없이 검찰개혁 카드로 꺼내든 배경에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중요사건을 직접 수사해서 기소하는 경우, 중립성이나 객관성을 잃을 우려 있기 때문에 내부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며 검찰 내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범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추 장관은 일본 검찰의 ‘총괄심사검찰관’을 예로 들면서 “일본은 이 리뷰장치를 도입한 이후 무죄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12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심사검찰관 제도는 수사 기능과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제도가 아니라 수사에 관여하지 아닌 검사를 수사 과정에 투입시켜 사건 전체를 검토하도록 하는 제도로 파악됐다. 일본 최고검찰청은 2014년 발간한 자료집 ‘검찰개혁 3년간의 대응’에서 2011년 5월 도입한 이 제도를 “공판부 또는 특별공판부에 소속된 검사를 수사 단계에 참여시켜 심사하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총괄심사검찰관은 일본 도쿄지검, 오사카지검, 나고야지검의 특별수사에 투입돼 피의자 측 변호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검토하고, 필요한 의견을 수사 검사나 최종 결재권자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건 기소여부에 대한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기소권은 결재권자 권한이고, 총괄심사검찰관은 사건에 대해 반대입장에서 자문하는 ‘레드팀’ 역할을 할 뿐이다.
추 장관은 총괄심사검찰관을 마치 처음 도입하는 제도라는 식으로 설명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문무일 검찰총장 체제에서 2018년7월 도입한 ‘인권수사자문관’ 제도는 일본의 ‘총괄심사검찰관’ 제도를 본 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인권수사자문관은 일본 총괄심사검찰관과 마찬가지로 주요 사건, 법리적 쟁점이 있는 사건 등에 투입돼 수사기록 전체를 검토하며 적극적으로 수사팀과 반대의견을 내는 ‘레드팀’ 역할을 수행한다. 인권수사자문관 제도 도입 이후 1년7개월여 동안 30여개의 쟁점 사건에 대해 ‘레드팀’이 가동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검찰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추 장관의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 논란 및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덮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검사장 출신 개업 변호사는 “청와대를 향하는 불길을 차단하기 위해 새로운 이슈를 들고 나온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추 장관의 수사ㆍ기소 카드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편을 들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라는)궁극목표를 도달하기 이전이라도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애초 취지는 가상했을지 모르나 실제로는 권력에 대한 기소를 가로막는 마지막 안전장치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 장관이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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