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103명서 12일 94명으로… 신종 코로나 신규 확진도 주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의 일일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감소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인민전쟁’을 선포하고, 현지 주민을 상대로 초유의 봉쇄조치를 취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12일 “전날보다 사망자가 94명 늘었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지난 8일과 9일 각각 81명에서 10일 91명으로 증가하더니 11일에는 103명으로 훌쩍 뛰었다. 여전히 90명을 웃돌고는 있지만 11일과 비교하면 소폭 줄어든 셈이다. 후베이성이 지난달 26일부터 매일 신종 코로나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 사망자 증가세가 꺾인 건 처음이다. 후베이성은 사망자와 더불어 신규 확진자도 11일 2,097명에서 12일 1,638명으로 감소해 주춤한 모양새다.
왕구이창(王貴强) 베이징대 제1병원 감염질병과 주임 겸 중국의학회 감염병학분회 주임위원은 11일 방역의 성패를 좌우할 2가지 기준으로 후베이성의 철저한 봉쇄와 이외 지역 환자에 대한 신속한 격리치료를 꼽았다. 시 주석도 앞서 10일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이 신종 코로나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결전지”라며 총력전을 독려했다. 후베이성 사망자는 총 1,068명으로 중국 전체(1,113명)의 96%에 달한다.
반면 후베이성의 중증 환자는 11일 5,046명에서 12일 5,724명으로 13% 늘었고, 위중증 환자는 1,298명에서 1,517명으로 17% 증가했다. 경증 단계에서 신속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증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후베이성은 병실 부족에도 불구하고 11일 자가 격리 중인 환자 1,499명을 모두 병원으로 이송하며 주택가에서의 집단 감염을 차단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후베이성 우한에서 감염된 의료진만 500명에 달한다”며 “중국 정부가 관련 수치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베이성 환자의 치사율도 11일 3.07%로 3%대에 진입해 12일에는 3.20%로 또다시 치솟았다.
이처럼 후베이성 상황은 우려가 여전한 반면, 이외 지역은 좀더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12일 발표한 후베이성 밖의 신규 확진자 증가 수는 377명으로, 지난 3일 890명까지 불어난 이후 8일째 소폭이나마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의 변곡점이 언제인지를 점치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천차만별이다. 중국 호흡기 질환의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는 “현 추세라면 2월 말 정점을 지나 평형 상태를 유지하다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4월 전에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마무리하길 희망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신종 코로나의 강한 전염성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중국 장쑤성 시안교통리버풀대학 연구팀은 “다음주부터 신규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감소해 오는 23일 0명에 근접할 것”이라고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안 립킨 미국 컬럼비아대 감염ㆍ면역센터 소장도 “중국의 대응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기온이 상승하는 이달 하순 확산세가 꺾이는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중국 칭화대 인공지능(AI)연구팀은 16일 확진자가 정점에 도달한 뒤 이달 말 4만2,000~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12일 현재 중국 본토 누적 확진자는 이미 4만2,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와 달리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런던 위생ㆍ열대병 연구소의 전염병 전문가인 존 에드먼드는 SCMP에 “중국의 자료는 너무 엉망이라 현재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중국 당국의 정보 통제를 감안하면 수학적 모델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왕구이창 주임도 “중국 정부의 방역 조치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 만큼 변곡점을 예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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