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MBC 사장 선임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사장 후보자들이 시민과 함께 토론하는 장면을 생중계한다. 일종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장치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12일 MBC 사장 공모를 진행한 결과 모두 17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영희 콘텐츠총괄 부사장과 박성제 전 보도국장 등 방송국 내 주요 간부들이 이름을 올렸다. 항간에는 손석희 JTBC 사장 지원설이 나돌았으나 손 사장은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MBC 대주주로 사장 임명 권한이 있는 방문진은 13일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 뒤 최종 후보자를 3명으로 추린 ‘숏리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대거 늘어난 지원자 수로 인해 면접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호 현 사장이 뽑힌 2017년 공모 땐 13명이 후보자로 지원했다.
시민평가단은 22일로 예정된 후보자 최종 면접에 참가한다. 100명 규모인 시민평가단원은 방문진이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별ㆍ나이ㆍ지역별 안배를 거쳐 무작위 선임한다.
평가단은 각 후보들로부터 방송사 운영에 관한 정책 브리핑을 20여분간 듣고, 궁금한 점은 자유롭게 묻고 대답을 듣는다. 이후 종합평가를 거쳐 상대적으로 부적격하다고 생각하는 후보자에게 투표, 최다 득표자를 탈락시킨다.
방문진 관계자는 “22일 토론회는 오후 1시부터 MBC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한다”며 “시민에게 주어진 엄중한 권한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평가단의 평가를 통과한 후보자 2명은 당일 방문진 이사회의 결선투표를 거쳐 최종 1명이 내정된다. 내정자는 방문진 이사회 구성원 9명 중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사회 의결 후 임시주총이 열리는 24일에 사장으로 정식 선임된다. 사장 임기는 이날로부터 3년이다.
지금까지 MBC 사장은 기자, PD 출신이 번갈아 가며 맡아왔다. 순번으로만 따지자면 올해는 기자 출신이 사장을 맡을 차례다. 최승호 현 사장은 PD 출신이고, 전임 김장겸 사장은 기자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처음 도입된 시민평가단 제도가 변수가 되면서 관측이 쉽지 않은 상태다.
시민평가단 제도는 공영방송인 만큼 사장 선임에도 시청자인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공영방송 경영진의 선임과정에 국민참여를 보장하고, 절차적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MBC 사장 선임은 그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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