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방역대응 이어 검역원 안전에도 허점
감염자 수용 시설 이바라키현 등으로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선내 검역관의 감염이 12일 확인됐다. 지난 5일 선내 첫 집단 감염이 확인된 이후 이날까지 총 174명의 선내 감염자가 확인됐지만, 검역관의 감염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가 크루즈선 탑승자들에 대한 초기 방역 대응에 이어 선내 활동 중인 검역원 안전 확보에도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요코하마(橫浜)항 앞바다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탑승자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 승객 29명과 승무원 10명 등 39명이 신종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39명의 국적은 일본 10명, 미국 7명, 중국과 호주 각 4명 순이라고 전했다. 나머지 인원 중 한국인 승객 9명과 승무원 5명 등 14명이 포함되었는지는 현재까지 확인되고 있지 않다.
후생노동성은 탑승자와 별도로 검역관 1명도 감염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해당 검역관은 크루즈선이 요코하마항 인근에 들어온 지난 3일 밤부터 4일 밤까지 승선해 탑승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건강상태 등에 대한 설문지를 회수하는 일을 담당했다. 5~7일에는 검역소에서 근무를 한 뒤 9일부터 발열 증상이 나와 10일 검진을 받았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해당 검역관은 선내 검역 업무를 담당하면서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했지만 방호복과 고글은 착용하지 않았다. 이에 검역관의 가족과 동료 등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에게 외출 자제를 지시했다. 이에 일본 정부가 탑승자 검역 과정부터 허점을 보여 집단 감염을 초래했다는 지적에 이어 검역원들의 안전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내 감염자 174명 중 4명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을 사용해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본인 3명과 외국인 1명으로, 모두 60~70대 남성이다.
선내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수용하는 의료기관도 요코하마항이 있는 가나가와(神奈川)현을 포함해 1도 4개현에서 군마(群馬), 이바라키(茨城), 도치기(栃木), 야마나시(山梨)현의 의료기관으로 확대됐다. 일본 정부는 감염증 지정의료기관이 아닌 일반병원에도 감염자 수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까지 일본 국내에서 확인된 감염자는 선내 감염자 174명을 포함해 총 203명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서 열린 대책본부회의에서 크루즈선의 승객과 승무원을 대상으로 정밀 검사에 대한 지방과 민간 검사기관에도 협력을 요청하고 있으며 최대 1일 300건 정도의 검사능력을 1,000건 이상 실시할 수 있도록 체제를 확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입국 금지 대상을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는 중국 저장(浙江)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 입국 신청일 전 14일 이내 중국 후베이(湖北)성 체류 이력이 있는 외국인과 후베이성이 발행된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입국을 거부해 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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