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현지시간) 북미 3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민에게 좋은 합의를 얻을 수 있다면, 정상회담을 할 것이다”면서 “그는 누구라도 대화를 할 것이지만, 우리는 좋은 합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선 미국에 좋은 합의가 담보돼야 한다는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북미 교착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3차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대선 재선 캠페인과 맞물려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흐름이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날 미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주최 연설을 후 가진 문답 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 정상회담을 원치 않는다’는 전날 CNN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지키는 쪽으로 협상이 이어진다면 우리는 협상이 계속되는 걸 보고 싶다"며 “우리는 김 위원장이 그 약속을 계속 지키길 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두 지도자 간에 또 다른 정상회담이 적절한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에게 좋은 합의를 얻을 수 있다면 누구와도 정상회담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언급하면서 ‘좋은 합의’를 담보로 한 정상회담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협상이 재개될지, (테이블에 오를) 제의가 무엇일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일정이 잡힌 정상회담은 없다”며 “하지만 미국인을 위해 진전을 이룰 기회가 있다면 그(트럼프 대통령)는 언제나 그렇게 할 의향이 있다"고 부연했다.
전날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에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며 “대북 외교가 허우적대고 대선 재선 캠페인에 집중하면서 북한 이슈에 관여하려는 욕구가 시들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에 좋은 합의를 조건으로 한 정상회담’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류를 반영하면서 북한의 요구에 휘둘려 성급하게 정상회담을 갖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인내 외교’를 표방하며 북핵 협상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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