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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탈주 경험을 이유로 수용자를 장기간 독방에 수감하고 폐쇄회로(CC)TV로 감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크게 제한한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무기징역형으로 수용 생활 중인 A씨가 해당 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진정을 검토해 교도소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합리적 계호(범죄자를 경계해 지키는 행위)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1990년부터 복역 중인 진정인 A씨는 1997년 교도소를 탈주하고 2011년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자살 시도를 했다. 이에 교도소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A씨를 독거 수용하고 CCTV 등을 통해 계호하고 있다.
이에 A씨는 탈주와 자살기도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고 최근까지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있는데도 해당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A씨는 “현재까지 교도소 내에서 징벌 없이 생활하고 있음에도 거실 내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까지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도소는 “장기수형생활로 인한 정서적 불안으로 진정인이 언제든 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할 수 있고 다시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독실과 전자장비를 이용해 계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교도소의 조치가 인권 침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진정인의 인성검사 결과 및 수용생활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계호 방식을 바꾼다거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며 “이는 진정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크게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앞서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도 CCTV 계호를 지속하는 관행 등을 개선하라고 권고해왔으나 시정되지 않았다”며 법무부에 합리적 기준 마련을 권고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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