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에 배달식당 창업, 공유주방 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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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에 배달식당 창업, 공유주방 덕이죠”

입력
2020.02.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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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음식점 폐업 92%’ 시대에 각광]

황금상권에 無권리금, 공유주방 업체가 주문접수ㆍ광고 대행

망해도 손해 적어… 매출대비 수익 낮고 ‘검증된 맛’ 관건

[저작권 한국일보] 대학 외식조리학부 동기동창 사이로 공유주방에서 덮밥전문점을 공동 창업한 (왼쪽부터) 여희원, 변용진, 고동현, 강명훈씨가 4일 서울 강남구 '위쿡 딜리버리' 논현점 내 자신들의 점포 앞에서 주먹을 쥐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13㎡(4평) 정도의 공유주방에서 각자 500만원씩 내서 창업했다. 홍인기 기자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3년 동안 갈치요리 전문점을 운영해온 신현철(52)씨는 전복죽과 성게미역국 등 새 메뉴에 손님들 반응이 좋자 일반 점포에 식당을 따로 내 판매하려고 했다. 하지만 권리금과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 등 최소 1억원의 초기 투자비용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때 신씨가 일반 점포 대신 찾아낸 것이 공유주방이다. 그는 서울 서초구의 공유주방업체 ‘클라우드 키친’ 서초점에서 13㎡(4평) 남짓한 매장을 열어 창업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신씨는 “일반 점포에 비해 5분의 1 정도로 초기비용을 줄였다”며 “매출 대부분은 ‘배달의 민족’과 같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과 온라인 주문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신씨가 공유주방 업체를 선택한 이유는 자영업자들의 높은 폐업률과도 관련 있다. 2017년 국세청과 통계청이 낸 ‘음식점업 신규 대비 폐업자 비율’은 91.9%에 달한다. 매년 창업하는 음식점이 10곳이라면 문을 닫는 음식점도 9곳에 이른다는 뜻이다. 공유주방을 빌려 취미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곳에서 소자본으로 창업하거나 재기하려는 자영업자가 많아지는 것도 위험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

공유주방은 대체로 공유주방 업체가 임대하거나 직접 소유한 황금상권에 자리잡고 있지만, 입주한 점포에 요구하는 권리금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공유주방에 냉장고, 개수대 등 기본적인 조리집기가 비치돼 있어 창업비용을 줄일 수 있고, 별도의 인테리어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다. 1,500~2000만원만 들여도 창업이 가능한 이유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선 2015년 ‘위쿡’이 공유주방 사업에 처음으로 뛰어들었고, 현재는 20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최근엔 수도권 신도시 등 인구밀집 지역에 상가가 조성될 때 공유주방업체가 속속 들어서는 등 시장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유망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공유주방 사업은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현재는 미국 내에서만 700개 이상(2017년 기준)의 업체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업체인 ‘유니온 키친(Union Kitchen)’의 경우 쿠키 전문점의 주방 공유를 함으로써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유통센터까지 갖춰 300여개 업체의 창업을 지원해왔다. 인구대국 인도에서도 식당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배달 주문을 기반으로 한 공유주방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공유주방은 원래 테이블을 나눠 복수로 임대하는 형태인데 우리나라는 식품위생법상 한 개의 공간에 여러 개의 개별사업자가 등록할 수 없다. 때문에 공유주방 업체가 한꺼번에 넓은 공간을 임대해 전체 공간을 13㎡(4평) 안팎의 주방으로 나눠 재임대하는 영업 형태가 많다. 이렇게 하면 일반 음식점에 비해 창업 비용을 80%까지 줄일 수 있고, 폐업해도 손실이 크게 줄어든다.

[저작권 한국일보] 공유주방업체인 ‘고스트 키친’ 서울 삼성점 전경. 공유주방업체가 임대한 공간에 칸막이를 설치한 뒤 14개 입점업체에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스트 키친 제공

◇ 황금상권 초기 투자비용 크게 줄어

한국일보가 최근 공유주방에서 창업한 7개 업체를 점포에서 만나거나 전화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신규창업자 또는 은퇴창업자가 많았다. 일부는 기존 사업을 접고 전환하거나 확대할 때도 공유주방을 이용했다. 이들이 꼽은 공유주방의 최대 장점도 초기 투자비용이 적다는 것이었다.

4일 국내 대표적인 공유주방업체인 ‘위쿡 딜리버리’의 서울 논현점에서 만난 덮밥 전문점 ‘고슬’ 공동창업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강명훈(23) 고동현(24) 여희원(24) 변용진(23)씨는 대학 외식조리학부 동기동창으로 사무실과 오피스텔이 많아 배달수요가 높은 서울 강남지역에서 창업할 곳을 물색했다. 하지만 배달 위주로 음식을 만드는 33㎡(10평) 정도의 소규모 점포도 최소 권리금이 3,000만원에 달했고, 보증금 2,000만원이 추가로 필요했다. 조리도구, 인테리어, 식재료 비용 등 초기에 들여야 할 돈도 한두 푼이 아니었다.

여씨는 “강남에서 임대 받아서 오프라인 장사를 한다면 투자비용을 최소로 잡아도 수억원대에 이른다. 그런데 공유주방에선 보증금과 약간의 조리기구 비용만 있으면 가능하니까 2,000만원이면 창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13㎡(4평) 정도의 공유주방에서 각자 500만원씩 내서 창업했다. 이곳의 입점업체들은 공유주방 업체가 고객주문과 불만 응대를 대신 처리해주기 때문에 음식 만드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에 만족했다. 공유주방 업체는 주문과 계산 시스템을 갖추고, 고객응대 서비스를 대신 해주면서 입주 점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또 다른 공유주방업체인 ‘고스트 키친’ 강남역점에서 한식 전문점 ‘밥투정’을 운영하는 허병학(53)씨는 자녀교육을 위해 해외로 이민을 갔다가 홀로 귀국했다. 그는 음식점 창업을 꿈꾸다 공유주방에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은퇴 후에 치킨집을 운영하다가 망해도 공유주방은 1,000~2,000만원 정도만 까먹지만, 일반 점포는 보증금을 돌려받아도 5,000~6,000만원이나 날린다”며 “공유주방 음식점은 배달 위주라 매장직원도 필요 없기 때문에 인건비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말했다.

음식평론가로 활동했을 정도로 요리를 좋아하는 허씨는 “공유주방 업체에서 배달영업 광고와 마케팅까지 해주고, 축적한 데이터로 사업 관련 조언도 해주기 때문에 잘 따라가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고 평가했다.

입점업체들은 공유주방에 함께 입점한 다른 자영업자에게서 도움을 받는다는 얘기도 많이 했다. 공유주방을 사용하면 일반 점포와 달리 손님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다 작은 공간의 주방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장사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스트레스가 훨씬 클 수 있다. 이때 입점한 동업자들로부터 사업정보를 얻거나 위로를 받으면 심적 부담이 줄어든다는 게 업자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신흥동 ‘공유주방 1번가’에서 만난 ‘날쌘카페’ 운영자 김다혜(32)씨는 같은 회사 동료였던 동갑내기 윤수미씨와 함께 샌드위치와 커피 등을 판매하는 점포를 열었다. 이들은 상권 분석에 따른 입점업체 공동 마케팅, 세무ㆍ노무ㆍ법무 지원 등을 공유주방의 이점으로 꼽았다. 창업 초보자로서 이곳에 먼저 입점한 자영업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자문을 받는 것에도 만족하고 있다. 김씨는 “이곳은 동일 업종은 입점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업주끼리 상생하는 구조”라며 “이들과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극도 받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배달앱 의존 높고 종속된 사업구조

입점업체들은 투자비용이 적은 것엔 만족했지만, 배달앱 의존도가 높고 공유주방 업체에 종속돼 있는 사업구조는 단점으로 꼽았다. 배달앱 업체가 갑자기 가격을 올리면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일부 공유주방은 매출이 늘어나면 이용료도 덩달아 올라간다. 입점업체들이 수익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다고 자주 언급하는 이유도 이런 구조적 측면에 기인한다.

실제로 공유주방 입점업체 운영자 A씨는 한 달에 1,2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이것저것 제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한다. A씨는 “공유주방 업체에 내는 서비스 대행비용 200만원, 재료비 250만원, 기타 비용을 빼고 나면,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일해도 매달 동업자와 각각 가져가는 돈이 3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유주방 입주업체 대표 B씨도 한달 매출이 2,400만원으로 적지 않지만, 순이익은 50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B씨는 “직원을 쓰지 않지만 동업자들과 이익을 나누기 때문에 매달 100여만원 정도만 수중에 들어온다”고 전했다.

낮은 수익성 때문인지 이들에게 사업목표를 물으면, 또 다른 공유주방에 점포를 내서 돈을 더 벌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A씨는 “점포를 계속 늘려서 돈이 모이면 다른 사업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유주방에서 사업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한 뒤 정식으로 근사한 매장을 열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 앱ㆍ온라인 판매라 맛 없으면 못 버텨

공유주방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온라인 배달은 맛에 대한 평가가 일반 점포보다 훨씬 냉정하다. 한번 나쁜 평가가 내려지면 온라인상에 금세 소문이 나서 사업에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음식 맛에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허병학씨는 “일반 식당에선 음식 맛이 좋지 않아도 새로 오는 손님을 상대로 쉬쉬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온라인 배달앱을 통한 판매가 대부분인 공유주방에선 리뷰(평가) 기록이 영원히 남는데다 주문하는 손님 모두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맛의 완성도를 높여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유주방 업체가 제공하거나 중개하는 배송ㆍ결재ㆍ고객만족 시스템을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입점업체 입장에선 장점인 동시에 위험요소다. B씨는 “우리 공유주방의 경우 배달이 늦어서 음식 평가에 나쁜 영향을 줘도 다른 라이더(배달원)를 활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개별 매장이라면 그런 일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매출액이 고객 결재와 동시에 점주에게 입금되는 게 아니라 공유주방 업체가 설치한 결재 시스템을 통해 이용료를 먼저 떼고 나오는 탓에 자금 순환이 느리다는 불만도 있다.

◇ 일반 음식점보다 검증된 맛이 중요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음식 맛만 검증되면 입점업체는 일반 음식점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을 대폭 줄이면서도 매출 대비 순이익을 크게 올릴 수 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한재호(33)씨는 강남역 인근에 지점을 내려고 했지만 권리금과 보증금 각각 1억원에 인테리어ㆍ조리도구 비용 등까지 포함하면 3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자 계획을 접었다. 대신 그는 공유주방업체인 ‘고스트 키친’ 강남역점에 온라인 배달을 위주로 하는 13㎡(4평) 남짓한 지점을 냈다. 보증금 1,200만원에 매달 이용료ㆍ관리비 200만원 수준으로 창업비용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10월 창업한 한씨 업체의 매출은 계속 늘어나서 지난달엔 4,000만원대까지 올라갔다. 한씨는 공유주방 이용료ㆍ배달비ㆍ광고료ㆍ인건비 등을 빼고도 매달 1,000만원 정도의 수익이 나면서 사업이 조기에 안정됐다.

한씨의 성공에는 창업 전까지 프랜차이즈에서 똑같은 상표로 똑같은 음식을 판매해왔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오랜 기간 음식 맛을 평가 받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맛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공유주방은 배달앱 위주의 사업이라 리뷰 하나에 하루 장사가 왔다갔다 한다”며 “창업비용이 적게 든다고 맛이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달려들면 투자비를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에 대한 자신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유주방을 통한 창업은 진입장벽이 낮고 폐업비용도 줄여주지만, 성급하게 시작하면 실패 위험성이 일반 점포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김민준 인턴기자

공유주방에서 전 직장 동료와 함께 샌드위치 전문점을 창업한 김다혜씨가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공유주방1번가' 내 자신의 점포에서 직접 만든 커피를 보여주고 있다. 공유주방 1번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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