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공격수에서 리베로로 갑자기 포지션을 변경한 고유민(25ㆍ현대건설)이 무난한 ‘전업 신고식’을 치렀다.
‘수비형 레프트’였던 고유민은 11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V리그 도로공사전에서 주전 리베로로 출전, 팀의 3-0 완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 경기에서 주전 리베로였던 김연견이 발목 골절로 ‘시즌 아웃’되는 바람에 고유민이 이날 리베로 옷을 입었다.
고유민은 12일 본보 전화통화에서 “교체 수비수로 자주 들어갔기에 생각보다 많은 긴장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리베로 옷을 입었을 때 무게감은 확실히 달랐다”면서 “교체 선수일 때는 내 할 일만 하고 나오면 되지만 리베로는 경기 내내 집중하고 파이팅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와 달리 큰 공백은 보이지 않았다. 1세트에선 7개 가운데 3개를 세터 머리 위로 정확하게 올렸고, 디그도 4개를 건져 올렸다. 경기 중반에는 이영주와 ‘더블 리베로’ 시스템을 구성해 ‘리시브=고유민, 디그=이영주’로 교차 출전하기도 했다. 고유민은 “리시브 및 중앙 수비는 주눅들지 않을 자신 있다”면서 “경기 후 언니들이 ‘고베로’가 됐다고 격려해 줘서 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다만, 경기 중 리시브 동선이 다른 선수와 겹치는가 하면 2단 연결 등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이 노출된 점은 보완점이다. 고유민은 “후위 왼쪽 수비에선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경기 경험을 쌓고 감을 익히면 곧 자신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도 “고유민이 잘 버텨줬다”면서 “다만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 경기 적응이 필요한 만큼 다음 경기에서는 더 잘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원래 고유민의 포지션은 왼쪽 공격수다. 2016년 손등 부상 이후 공격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리시브가 좋아 주로 수비진을 보강할 때 후위에 투입됐다. 2018~19시즌 리시브 효율 40.9%를 찍는 등 매년 30%대 중후반의 안정적인 리시브 능력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 세트당 디그도 2.58개로 웬만한 보조 리베로 수준이다. 고유민은 “고교 때는 물론, 입단 후에도 2년차까지 공격을 위주로 했다”면서 “부상 이후 공격도 잘 안 풀렸고 자신감마저 떨어져 ‘수비에서라도 도움이 되자’는 생각에 수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리시브엔 자신감이 많이 생겼지만, 이렇게 갑자기 수비 전담을 하게 되다니 신기하다”라며 웃었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봄배구’는 물론 정규리그-챔프전 통합 우승까지도 바라본다. 하지만, 그때까지 김연견의 복귀가 불가능한 만큼 고유민이 봄배구 리베로 역할까지 맡아줘야 한다. 고유민은 “(김)연견 언니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매 경기 공 하나하나에 집중할 것”이라며 “또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분위기 메이커 역할에도 충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