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교내 신문 ‘연세춘추’ 실은 ‘연돌이와 세순이’
네 컷 만화로 학교 행정ㆍ축제 문화 등 비판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대학시절 행적도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봉 감독이 학보에 실었던 풍자 만화를 두고 그의 뛰어난 그림 실력을 극찬하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봉 감독이 대학시절인 1993년 교내 신문 연세춘추에 올린 ‘연돌이와 세순이’라는 네 컷 만화다. 등록금 인상에도 개선되지 않는 학사 행정을 비꼬거나 술 마시며 의미 없이 보내는 학교 대동제를 꼬집는 내용, 시국과 관련해 제적 당했다가 복학한 선배 이야기 등 특유의 사회 비판 의식이 돋보인다. 이 만화는 한 학기 만에 연재를 중단했지만,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만화광으로 유명한 봉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각본을 집필하며 콘티까지 직접 그린다. 시나리오 속 배경과 카메라 앵글, 인물의 동선과 표정, 소품까지 꼼꼼하게 그림으로 기록한 일종의 촬영용 대본으로 디테일한 연출이 가능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봉테일’. ‘기생충’의 콘티도 봉 감독이 직접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시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인연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도 눈길을 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봉 감독의 수상을 축하하며 “풋풋한 대학교 새내기 시절의 봉 감독이 생각난다”고 운을 띄웠다.
김 의원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를 언급하며 “대학 후배, 친구들과 관악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이해찬 선배의 자원봉사자 선거운동원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자원봉사자 중에는 막냇동생의 고교 단짝이자 연세대 사회학과 새내기였던 봉 감독이 있었다”며 “그는 ‘평민당 이해찬’이라고 쓴 노란 깃발을 휘두르며 신림동 산동네를 열심히 누비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봉 감독 성과의 배경에 김 전 대통령의 역할과 기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 2000년 문화 부문 예산이 사상 처음 전체 예산의 1%가 되도록 편성했고, 적극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는 정책을 유지했다”며 “1,500억원에 달라는 영화진흥기금을 조성ㆍ지원하며 한국 영화의 장기적 발전의 버팀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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