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원하는 모바일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세계 톱 플레이어(콘텐츠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겠습니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이 1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스마트폰 사용 경험을 선사할 모바일 산업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 S20과 Z플립을 소개하는 신제품 공개(언팩) 행사를 진행한 뒤 한국 취재진을 만난 노 사장은 “올해 하반기 폴더블폰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며 새 폴더블폰 모델을 연내 추가로 내놓을 계획을 내비쳤다.
노 사장은 간담회에서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이 스마트폰 업계에 중대한 혁신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스마트폰이 휴대폰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피처폰을 대체했던 전례를 언급하며 “앞으로 스마트폰은 지난 10년과는 완전히 다른 기능과 성능을 갖춘, 새로운 카테고리(종류)의 제품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2010년 갤럭시S를 필두로 삼성 스마트폰 개발을 주도해온 노 사장은 이날 선보인 S20과 Z플립에 “새로운 10년을 여는 첫 제품”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노 사장은 향후 스마트폰 사업 운영 방향으로 ‘혁신’ ‘협력’ ‘효율 극대화’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서도 협력을 가장 중요한 방향 전환으로 꼽았다. 스마트폰 사용 경험을 새롭게 할 콘텐츠 개발을 위해 세계 정상급 사업자들과 적극적으로 손잡겠다는 의미다. 실제 이날 언팩 행사에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콘텐츠업체와의 제휴 결과가 다수 공개됐다. 이에 따라 갤럭시 신제품은 구글의 고화질 영상통화 서비스 ‘구글 듀오’와 MS 계열 엑스박스(Xbox)의 인기 레이싱 게임 ‘포르자 스트리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하고, 삼성 데일리 앱을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이던 지난해 세계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 개발을 주도한 데 이어 두 번째 결과물인 갤럭시 Z플립을 선보인 노 사장은 “폴더블은 전에 없던 스마트폰 사용 경험을 전할 수 있는 폼팩터(형태)”라며 “올 하반기가 본격적인 폴더블 대중화 시점이 되도록 많은 파트너사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활한 소재·부품 공급망을 구축해 폴더블 대량양산 체제를 갖추는 한편, 보다 고객 저변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품군(라인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최경식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상반기엔 갤럭시 Z플립을 일부 국가에 한정된 수량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 사장은 스마트폰 시장 포화, 신흥시장 공략 부진으로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실제 무선사업부가 속한 삼성전자 IM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9조2,700억원)은 전년 대비 9% 가까이 감소했고,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 인도에선 중국 저가폰 공세에 밀려 지난해 점유율(21%)을 전년 대비 5%포인트 잃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선 1% 수준의 점유율로 고전하고 있다.
노 사장은 다만 “피처폰 시절에도 후발주자로서 고전했고, 스마트폰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도 결코 쉽지 않았다”며 “지금이 위기인 건 사실이지만, 이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재도약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인도 시장에선 현지 특화 모델 출시와 5G폰 시장 선점 전략을 통해 올해 점유율을 반등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에 대해선 “부품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협력사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 신제품 우선 출시국 가운데 한국처럼 신종 코로나로 체험 마케팅이 여의치 않은 국가에선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