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장관 “주민들께 감사”
진 장관, 주민 간담회 차분하게 진행
주민들 “불안하지만 일단 수용” 의사
다만 방역ㆍ통제 등 철저하게 해 달라
지원대책 구체성 없는 발언에 실망감도
“불안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수용해야지요. 그들도 우리 교포인데….”
11일 오후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1리 마을에서 만난 70대 주민의 말이다. 이황1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일대에 체류 중인 교민과 중국인 가족 170여 명이 격리 수용되는 합동군사대학교 예하 국방어학원과 직선거리로 80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정부가 수용시설을 국방어학원으로 발표했을 때만 해도 “우리한테 말도 안하고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하루 만에 조금은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그는 “다만 일부에서 신북면, 중이동 사람 얘기 듣고 이천 시민 전부가 다 찬성하는 것처럼 표현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며 “그들도 이천 시민이지만 국방어학원에서 20km 이상 떨어져 있다. 그들의 말이 마치 우리 마을 주민 입장인 양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좋으면 그쪽으로 옮겨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하는 일이라 믿고 따르겠지만 불안한 마음은 정말 지울 수 없다”며 “(출입통제, 방역 등) 앞서 약속한 대로 반드시 지켜 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장호원읍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주민 간담회에서도 주민들은 수용의사를 내비치면서도 철저한 방역 등을 요구했다. 앞서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처럼 트렉터로 막거나 달걀이 날아들지도 않았다. 차분한 가운데 질의응답식으로 진행됐다.
국방어학원 인근의 휴게소 운영자와 장호원전통시장 상인 등은 “우한 교민이 들어오는 것은 이해 하나 주변 상권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지역 상인에 대해 고통 분담 부분을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특히 1·2차 우한 교민을 수용했던 아산과 진천은 인근 전통시장 자체가 소멸단계에 이르렀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환 이황1리 노인회장은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 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며 “정신적 피해가 큰 만큼 정부차원에서 주민들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했다.
이에 진 장관은 “지역경기가 위축되지 않도록 세제 지원책부터 금융지원책까지 여러 지원책을 협의하고 있다”며 “정부는 정부대로 대책을 세우고 경기도, 이천시도 자구책을 마련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호원 주민들에게 세정제와 마스크 등 위생용품을 확보해 우선 지급하겠다”며 “당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건의해 주시면 정부와 경기도, 이천시가 협의해 모든 지원을 아까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진 장관은 “장호원 주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우한 교민을 이해하고 껴안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큰 충돌 없이 간담회를 마쳤지만 일부 주민들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진 장관이 “신종 코르나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전국적인 사항이다”, “이 자리에서 무엇을 지원해 준다고 밝히기 보다 사태가 해결되면 이후에 주민들의 마음에 보답하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 이장은 “주민들이 수용한다는 입장을 듣고 와서 그런지 장관이 아무런 보따리를 풀어놓지 않았다”며 “신종 코르나 사태가 종료되면 많은 지원을 강구하겠다는 말은 결국 일단 소나기부터 피하고 보자는 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장도 “솔직히 오늘 장관의 말 중에 구체성이 있는 게 뭐냐, 실망했다”며 “‘우리가 수용했으니 뭐를 지원해 달라’고 하는 보상심리로 비춰질 것 같아 강하게 어필하지 않았지만 장관이 한 오늘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 장관은 간담회에 앞서 엄태준 이천시장과 함께 국방어학원을 방문해 시설 현황보고를 받고 3차 귀국자들의 생활 시설을 점검했다. 3차 우한 교민은 12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국방어학원에서 총 16일간(입소일과 퇴소일 포함) 머무르게 된다.
이천=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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