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바이러스의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항공 승무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도 승무원 워킹맘들의 고민이 게재됐다.
A항공사 승무원인 박모씨는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으로부터 승무원 부모님의 자녀들 등원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교사나 다른 학부모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러웠다”라고 토로했다. B항공사 승무원 김모씨도 자신의 SNS에 “전염병의 최전방에 서 있는 직업 특수성 때문에 요즘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눈치 보이고, 병원도 진료를 거부해서 못 간다”며 “주변의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느끼는 공포감이 더 큰 바이러스 같다”라고 말했다.
우한으로부터 자국민을 탈출시키기 위해 투입된 각국의 전세기 승무원들도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두려운 존재다. 방글라데시는 우한교민 수송전세기에 승무원들이 탑승을 거부해 전세기 운항을 포기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미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등의 국가들은 여객기와 군용기를 동원해 우한에 전세기를 띄웠다. 미국은 화물기까지 동원해 자국민과 캐나다인을 대피시켰고, 우리나라와 프랑스, 폴란드 등 다른 나라들은 여객기와 군용기를 이용해 교민들을 대피시켰다.
자국민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각국 전세기와 군용기, 화물기 내부는 잔뜩 긴장한 승무원들의 모습과 긴박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프랑스 전세기 승무원들은 자국민들의 탑승이 완료되자 곧바로 손 소독제를 이용해 승객들의 손을 소독해주었고 보호복 차림의 캐나다 전세기 승무원들은 본국으로 이동하는 도중 승객들을 위해 개별 포장된 간식을 나눠주었다. 스리랑카 승무원들은 자국민을 탑승시키기 전 기장을 포함한 승무원 전원이 보호복을 입은 채 안전한 귀국을 기원하며 ‘셀카’를 찍기도 했다.
급하게 팀을 꾸려 우한으로 보낸 전세기들의 내부모습도 눈물겹다. 미국과 미얀마는 화물기를 급하게 개조해 자국민을 탑승 시킨 후 임시방편으로 비닐로 기체의 일부를 막아놓았고 군용기를 동원한 폴란드 역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임시로 가림막을 설치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는 공기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비말(침방울)로 인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가 기내에서 전파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말하지만 바이러스 최전선에서 선 사람들의 마음 속 두려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3차 전세기가 12일 새벽 김포공항으로 안전하게 귀국했다. 3차 때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30여 명의 승무원들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들의 안전문제도 국민들의 관심사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승무원들의 안전을 요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