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외부인사 영입 마무리… 비례 당선 안정권 1, 2명만 순번 주고 나머진 지역구 출마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이경수(63)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총장과 최기상(51)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19, 20호 인재로 영입함으로써 21대 총선에 대비한 1차 외부 인사 영입을 마무리했다. 20명의 명단에는 2030 세대와 여성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인물들의 정치적 자질보다는 ‘감동 스토리’와 ‘이름값’ 위주로 발탁한 것은 한계로 남았다.
역대 총선과 비교한 이번 민주당 인재 영입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은 피 수혈’이다. 민주당이 영입한 인사들의 평균 연령은 약 45세. 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당 대표가 직접 영입한 20명의 평균 연령(50세)보다 젊어졌다. 20대 총선 때 2명(10%)에 불과했던 2030 세대가 6명(30%)으로 늘었다. 여성 인재 비중도 4년 전 25%(5명)에서 40%(8명)로 늘어나 남녀 성비가 크게 개선됐다. 민주당이 ‘50대 기득권 남성 엘리트’ 중심의 국회라는 비판을 의식한 결과다.
하지만 ‘스토리 중심’의 인재 영입은 전문성 우려로 이어졌다. “나는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사람이다”(발레리나 출신 척수장애인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 “정책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진 않았다”(청년 소방관 오영환씨) 등 ‘비전 없음’을 고백한 인물들도 있었다. 청년ㆍ여성ㆍ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기준으로 발탁했을 뿐, 관련 문제에 얼마나 천착했느냐는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셈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11일 “이들이 과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잘 입법화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외부 명망가 중심의 영입 관행도 여전했다. 20명 중 판ㆍ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 전문가가 4명으로 뒤를 이었다. 20대 총선(법조계 4명ㆍ경제 4명)보다 법조계 출신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사법 농단에 저항한 이탄희ㆍ이수진ㆍ최기상 판사를 연달아 영입해 ‘사법의 정치화’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불렀다.
민주당은 영입 인재 활용법을 고심하고 있다. ‘미투’ 의혹으로 탈당한 원종건씨를 제외한 19명 중 1, 2명에게만 당선 안정권의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민주당이 확보할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이 6~7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혜영 교수나, 임신 중인 ‘태호 엄마’ 이소현 씨,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나머지는 지역구에 출마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경남 양산갑 출마를 선언했고,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도 전남 순천 출마가 유력하다.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부산, 서울 동작을ㆍ광진을 등에서 두루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역구에서 낙마해도 당직 등 다양한 역할을 맡길 계획”이라고 했다.
20대 총선에선 영입 인재 20명 중 15명이 지역구에 출마해 표창원ㆍ박주민 의원 등 6명이 당선됐다. 당시 유영민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은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해 낙선했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임명됐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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