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트럼프, 김정은 안 만날 것”
北, 협상용 추가 도발 나설지 주목
3차 북미 정상회담 연내 개최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분위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북미대화 교착 상태의 장기화’를 예고했던 데 이어 “대선이 열리는 11월 전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북한으로선 ‘자력갱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기다리느냐, 아니면 전략 도발로 회귀하느냐를 둔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 CNN은 10일(현지시간) 2명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11월 대선 전 김 위원장과의 또 다른 정상회담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재선에 집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협상 욕구가 시들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노력에 정통한 한 당국자는 협상은 “죽었다”고 직설적으로 묘사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 같은 보도 후 한국 정부 안팎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북미가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 뒤 협상 재개 동력을 되찾지 못한 채 해를 넘겼을 때 외교가에선 이미 미국 대선 전 협상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차기 대선 승리에 집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정치적 도박을 또 벌이진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CNN에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물론 미국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지만 당장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공을 들이진 않겠다는 미국의 속내는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대선에선 일자리, 세금, 건강보험 등 미국 국내 현안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는 반면 외교 현안 관심도는 떨어진다”며 “굳이 역풍을 초래할 수 있는 어설픈 합의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인내 외교’ 기조를 밝혀왔던 미국 당국자들의 언급을 볼 때 미국은 대선 전까지는 북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공산이 커 보인다.
문제는 미국의 대화 회피에 따른 북한의 대응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조미(북미) 간 교착 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띠게 됐다”며 ‘충격적 실제 행동’을 예고했다. ‘새로운 전략무기’도 언급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다음 대화 판을 대비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결국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당장 넘어설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판 자체를 깨버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대신 미사일 엔진 실험, 영변 핵시설 가동 등 우회적 전략 도발을 통해 핵능력을 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간 분위기는 당분간 냉랭해지겠으나, 국면 전환 여지는 열어둔 기싸움이 펼쳐질 것이란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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