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후보 낙마에 기민당 혼란 가중
4차례 연속, 16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유력 후계자로 지목돼 온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독민주당(기민당) 대표가 차기 대권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근 튀링겐주 주총리 선거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과 기민당이 야합했다는 비난 여론에 떠밀려 내린 결정이다. ‘포스트 메르켈’의 선두주자가 후보군에서 낙마하면서 내년 정계 은퇴를 앞둔 메르켈 총리의 후계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10일(현지시간) 베를린 기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 여름 예정된 당 대표 겸 총리 후보 선출까지만 주관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의 사퇴는 최근 튀링겐주 주총리 선출 과정에서 기민당 의원들이 AfD 계획에 협조해 새 주총리를 옹립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극우세력과는 협력하지 않는다’는 독일 정계의 오랜 금기를 깼기 때문이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이번 결정이 기민ㆍ기독사회당(기사당) 연합과 사회민주당 간 대연정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순위 후보의 낙마 확정과 동시에 다른 유력 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당내 혼란은 한층 가중되는 분위기다. 현지 매체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기민당 우파를 대표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연방의원은 크람프카렌바우어가 사퇴하자 대체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기민ㆍ기사 연합의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른 바 있다. 2018년 12월 당 대표 경선에서 3위를 기록한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과 아르민 라셰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주총리도 호시탐탐 대권을 노리고 있다. 연정의 한축인 기사당의 마르쿠스 죄더 대표 역시 후보군에 올라와 있다.
메르켈 총리가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수습하려 애는 쓰고 있으나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의 불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분열되거나 방향을 잃지 않도록 후임자 선정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DW는 이번 사태를 “독일 의회 민주주의의 시험대”라고 규정하면서 “정치권이 더욱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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