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 정상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대선 전까지 북미간 줄다리기 속에서 교착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되레 ‘긁어 부스럼’만 초래할 수 있는 이벤트성 회담 보다는 대선 재선 운동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CNN방송은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집중하면서 북한 이슈에 관여하려는 욕구가 시들해졌다”며 “대선 전 김 위원장과의 3차 회담도 원치 않는다고 최고위 외교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지난 연말 좌절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4일 국정연설에서 취임 후 처음 북한을 거론하지 않는 등 공개적인 언급을 삼간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그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대북 외교 성과를 거듭 자랑해왔던 트럼프의 이런 변화는 대북 협상이 그만큼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대북 제재 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으로선 획기적인 비핵화 진전이 없는 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과 섣부른 합의를 시도할 경우 미국이 먼저 양보한 것으로 비쳐져 대선 과정에서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대선에선 일자리, 세금, 건강보험 등 국내 현안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는 반면 외교 현안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진다”며 “굳이 역풍을 초래할 수 있는 어설픈 합의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이 또 다시 노딜로 이어질 경우 북한의 도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당국자는 CNN에 “트럼프의 이너 서클 내에서 대선 전에 북한과의 합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별로 없다”며 “협상 재개로 인해 얻어지는 잠재적 이득보다 리스크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재선 캠프에서 일하는 인사들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에 결정적인 이슈라고 믿지 않는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밖에 최근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인내 외교’로 서두르지 않겠다는 미 당국자들의 언급 역시 당장 비핵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대선 전까지 대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