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로 이달 말 운항종료… “관광객 감소” 주민 연장요구에 세월호 참사 의식 해수부 불허
25년 전 8시간이나 걸리던 포항과 울릉도 뱃길을 3시간으로 단축, ‘바다의 KTX’로 불린 썬플라워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25년인 선령이 다 돼 이달 말 운항을 종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썬플라워호를 운항하는 대저해운에 따르면 1995년 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포항-울릉 항로에 취항한 썬플라워호는 이달 말 운항을 종료한다. 운항가능 선령 25년이 다 됐기 때문이다.
썬플라워호는 당초 대아고속해운이 호주에서 건조, 운항하다 2014년 노선운영권을 매입한 대저해운에 임대 형태로 넘겼다. 승객과 차량 등을 동시에 실을 수 있는 2,394톤급 쌍동선이다. 길이 80m, 승선인원 920명에 최고속도 52노트(시속 약 93.6㎞)의 고속선이다.
썬플라워호의 취항은 KTX만큼 포항 울릉 항로에는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이전까지 포항 울릉 구간 217㎞ 항로에 다니던 배의 속도는 시속 20노트(약 35㎞)에 불과했다. 기상이 나쁘면 10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였다. 썬플라워 순항속도는 40노트 이상으로 기존의 2배 이상이었다. 편도 8시간 뱃길을 3시간대로 단축했다.
썬플라워호 덕분에 울릉 관광객도 급증했다. 이전까지 연간 10만명대이던 관광객은 1996년 21만명, 2011년 35만1,000명으로 늘었다.
울릉주민들은 썬플라워호 운항 중단으로 관광객이 크게 줄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울릉도에 다니는 여객선은 썬플라워호를 제외하고도 7척이나 되지만 모두 338~550톤의 중ㆍ소형급이다. 정원 400~500명에 불과하고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결항하기 일쑤다.
배상용 울릉군발전연구소장은 “썬플라워호가 선령은 오래 됐지만 워낙 잘 만든 배라 새 선박과 비교해도 이만한 배가 없다”며 “울릉군과 대저해운이 대형여객선 취항에 힘을 모으고 있지만 당장 제작에 들어가도 3년 정도 걸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부터 운항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카페리에서 30년까지 운항할 수 있는 여객선으로 선종변경도 추진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선령 연장은 법적으로도 안 된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있어 주민불편이 있더라도 연장운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울릉군은 지난해 10월 말 대형여객선 유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저건설을 선정했다. 대저건설은 550억원 정도를 들여 썬플라워호보다 크고, 파도에도 강한 쌍동형 선박(길이 80m, 최고속력 41노트, 최대파고 4.2m, 총톤수 2,125톤)을 건조해 2022년 상반기쯤 포항~울릉 구간에 취항시킬 계획이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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