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서 고의성 부인… 유가족들 “지옥에서 살아라”
친구인 현직 경찰관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선 유명 항공사 30대 남성 승무원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환승)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항공사 승무원 김모(30)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혐의를 인정하고 평생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죄하며 참회하며 살 것”이라면서도 “다만 피해자와의 관계, 당시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피고인 스스로도 피해자를 죽일 의사를 갖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날 만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왜 자신이 피해자를 때렸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 엄격한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살인의 고의성을 현 단계에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냐”는 재판부의 확인 질문에도 재차 “그렇다”고 대답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강서구의 자신이 살던 빌라에서 서울관악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30대 경찰관 A씨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A씨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봐줬을 정도로 친한 11년 지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살해 하루 전인 12월 13일 함께 술을 마신 뒤 집에 가려던 A씨를 자신의 빌라에 강제로 끌고 갔다. 살해 당일 새벽에 A씨가 계속 귀가 의사를 밝히고 빌라에서 나가려 하자 화가 난 김씨는 이전에 배운 주짓수 기술을 활용해 A씨 위에 올라타 제압했다. 이어 저항 능력을 상실한 A씨의 머리를 붙잡고 방바닥에 얼굴을 수 차례 내리 찍어 살해했다. 김씨는 사건 한 달 전 고소를 당해 실직 위기에 처했고, 김씨와 술을 마실 당시에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법정에서는 A씨 유가족이 김씨를 향해 “우리 아들 살려내라” “널 평생 지옥에서 살게 할거야”라고 울분을 토하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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