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치러진 아일랜드 총선에서 민족주의 좌파 성향 신페인당이 원내 2당으로 도약하면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간 통일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신페인당이 북아일랜드와의 통일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연립정부 참여 조건으로 내세운만큼 아일랜드 정치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일랜드 현지 매체 아이리시타임스에 따르면 신페인당은 10일 확정된 총선 결과, 전체 160석 가운데 37석을 차지해 공화당(38석)에 한 석 뒤진 2당 자리에 올랐다. 1순위 득표율만 보면 24.53%를 기록, 공화당(22.18%)을 앞서기도 했다. 집권 통일아일랜드당은 35석을 차지해 3당으로 밀려났다.
메리 루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는 지지자 중 81%가 북아일랜드와의 통일 국민투표를 지지한다는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잔뜩 고무된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신페인당이 선거 결과를 반영해 통일 문제를 다룰 의회 및 시민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맥도널드 대표는 아일랜드가 통일 문제에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연합왕국(UK) 일원으로서 북아일랜드의 분리독립 권한을 쥔 영국이 주민투표 실시를 검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나라에서 같은 정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페인당은 지난해 12월 치러진 영국 하원 총선에서도 북아일랜드 지역 의석(7석)을 획득해 영국 정부를 압박할 기반은 마련한 상태이다.
그러나 공화당과 통일아일랜드당은 통일 주제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자는 제안 자체에는 긍정적 입장이지만 신페인당의 즉각 투표 실시 요구에는 반대하고 있다. 주변 여건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통일 당사자인 북아일랜드 집권 민주연합당(DUP)의 제프리 도널드슨 의원 역시 최근 BBC방송 인터뷰에서 “신페인당의 득표율은 국민투표를 할 만큼 높은 수치가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맥도널드 대표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ㆍ브렉시트)가 ‘노딜’로 끝날 경우 북아일랜드는 연합왕국을 탈퇴해 아일랜드와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페인당은 일단 녹색당 등 소수정당과 연정 협의에 착수했다. 앞서 9일 맥도널드 대표는 지지자들을 상대로 “혁명이 일어났다”면서 통일아일랜드당과 공화당 없이 연정 구성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