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보험료 산출에 근거가 되는 보험요율 산출기관인 보험개발원이 만성 영업적자에 허덕이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요율 산정에 도움이 될 ‘원가지수’ 개발에 나선다. 만성적자 구조에 지속가능성을 의심받는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등의 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강호 보험개발원장은 11일 2020년 주요 사업계획을 공개하면서 “작년에 기록적인 영업적자가 발생한 자동차보험과 지속적인 손해율 악화로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문제 해결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이를 위해 “우선 지원이 가능하고 실질적 효과가 있는 사업들을 선정해 올해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자동차보험 원가지수’ 개발 계획이다. 원가지수란 진료비, 수리비, 부품비 등 자동차보험료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가의 변동 추이를 보험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지수화해 표시하는 것이다.
원가지수는 수리비나 진료비 등 원가억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원가 상승에도 보험료 인상에는 어려움을 겪던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인상의 논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원은 원가지수를 개발해 발표하는 것이 “자동차보험료의 인상ㆍ인하 요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고 적정 보험료 수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개발원은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서 발생하는 치료비 상승 문제에도 대응에 나선다.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 치료비가 늘고 있는 원인이 가벼운 충돌로 인한 범퍼 손상 같은 사고에도 큰 치료비가 발생하는 경향 때문이라며 이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해 왔다.
개발원은 사고 재현 실험ㆍ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국제적으로도 ‘경미사고 인체상해 위험도 국제기준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발원 측은 “같은 수준의 경미한 사고에서도 부상자 치료 형태와 치료비 등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적 피해에 대한 객관적ㆍ합리적 보상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비급여 진료비 때문에 상품 개편 논의가 활발한 실손의료보험에 대해서도 개발원은 비급여 진료비 현황 및 분석자료를 제공하고, 과잉진료비 청구에 대한 분석 및 문제제기를 계속하는 한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요양기관과 보험사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외에도 보험개발원은 공공자전거ㆍ킥보드 이용자나 비정규 프리랜서 형태 근로자들의 위험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 상품이 필요하다며 관련 데이터 축적에 나설 것이라고 공개했다. 강 원장은 “저금리ㆍ저성장 시대에 정체된 보험산업의 재도약과 생존역량 강화를 총력 지원하겠다”며 “새로운 보험수요에 대응한 신상품 개발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보험수요를 발굴·창출하는 신시장 개척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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