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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기생충 열풍에 '반지하'(banjiha) 조명... "남북갈등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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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기생충 열풍에 '반지하'(banjiha) 조명... "남북갈등의 산물"

입력
2020.02.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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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속 한 장면. 반지하에 사는 기우(오른쪽ㆍ최우식)와 기정(박소담)이 화장실 계단 위, 변기 옆에 쪼그려 앉아 와이파이 신호를 찾고 있다. CJ ENM 제공.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속 한 장면. 반지하에 사는 기우(오른쪽ㆍ최우식)와 기정(박소담)이 화장실 계단 위, 변기 옆에 쪼그려 앉아 와이파이 신호를 찾고 있다. CJ ENM 제공. 연합뉴스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열풍에 영화의 배경이 된 한국의 ‘반지하’ 주택도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외신들은 ‘반지하’(Banjiha)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하면서 반지하의 역사적 연원을 따지는가 하면, 실제로 반지하에 살고 있는 이들을 인터뷰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0일(현지시간)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쾌거를 계기로 ‘서울의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란 제목의 르포 기사를 실었다. BBC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부유한 가족과 서민 가족의 극심한 격차는 집을 통해 볼 수 있다. 한 곳은 언덕 위 빛나는 저택, 다른 한 곳은 칙칙한 반지하”라며 “기생충은 허구지만, 반지하는 (허구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BBC는 실제 서울의 한 반지하 주택 사진을 곁들이면서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는 수 천명의 사람이 이곳에 산다”고 소개했다. 이어“서울의 반지하는 수천 명의 젊은이가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며 “반지하 거주자들은 (빈곤이란)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한다”는설명을 덧붙였다.

반지하에서 거주하는 물류업 종사자 오기철(31)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빛이 거의 들지 않아 다육식물도 살기 힘들고, 여름에는 참기 힘든 습기, 빠르게 번식하는 곰팡이와 전쟁을 벌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월세를 아끼기 위해 반지하를 선택한 것이다. 나는 내 집에 정말 만족한다”면서 일부 사람들의 동정 어린 시선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BBC는 반지하의 역사를 추적, 그 기원을 ‘남북 갈등의 역사’로 꼽기도 했다.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 등을 계기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자 한국 정부는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해 국가 비상사태 시 모든 신축 저층 아파트의 지하를 벙커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를 주거 공간으로 임대하는 건 원래 불법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주택위기가 찾아오자 정부는 반지하를 거주 시설로 합법화했고, 이후 반지하가 주요한 거주 형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BBC는 설명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

도 전날 내외부 사진과 함께 반지하를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아사히는 도심에서 주택 부족이 심화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저렴한 반지하에 살기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몰리는 이태원 등지의 관광지에서 건물 반지하를 살린 카페나 잡화점 등 특이한 구조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사히도 BBC 보도와 유사하게 “한국에서 반지하 방이 생긴 것은 북한과의 긴장 관계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1970년대 일종의 방공호로 만들어진 게 반지하 주택의 기원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영화 기생충에서 그려진 것처럼 반지하는 “가난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35년을 산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부교수(한국 문화)는 “한국의 반지하가 보여주는 사회 격차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테마”라고 설명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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