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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김없는 싱가포르 총리의 입, 바이러스 공포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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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김없는 싱가포르 총리의 입, 바이러스 공포 삼켰다

입력
2020.02.11 17:37
수정
2020.02.11 18:5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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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셴륭 총리, 시민들 생필품 사재기 혼란에 영상 담화

“공포가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도시 봉쇄는 없다”

투명 정보와 일관된 메시지, 일본ㆍ태국 오락가락 행보와 대비

8일 싱가포르에서 아이와 함께 마스크를 쓴 채 슈퍼마켓을 찾은 한 남성이 텅 빈 식료품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다. 싱가포르 보건부가 전날 보건경보등급을 ‘황색’에서 ‘주황색’으로 한 단계 올리자 시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싱가포르=로이터 연합뉴스
8일 싱가포르에서 아이와 함께 마스크를 쓴 채 슈퍼마켓을 찾은 한 남성이 텅 빈 식료품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다. 싱가포르 보건부가 전날 보건경보등급을 ‘황색’에서 ‘주황색’으로 한 단계 올리자 시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싱가포르=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확산되면서 아시아 각국 정부의 대처 방식이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정상이 나서 공포와 혼란을 잠재운 싱가포르는 모범 사례로 꼽힌 반면, 태국 일본 등은 오락가락 행보와 꼼수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8일 “공포가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취지의 9분짜리 영상 담화를 발표했다. 싱가포르 보건 당국이 보건경보 등급(녹색→황색→주황색→적색)을 주황색으로 한 단계 올리자 시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진 바로 다음날이었다.

리 총리는 “정부는 도시를 봉쇄하거나 모든 사람이 집에 머무르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싱가포르는 필요한 물품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니 일부 시민이 한 것처럼 라면이나 통조림, 화장지를 미리 비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보다 치명적이지 않지만,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정부는 접근법을 바꾸는 한편 그 모든 단계를 알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총리 담화는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블룸버그는 ‘생필품을 사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상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3개 국어로 담화가 올라온 이후 평소 모습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토마스 에이브러햄 세계보건기구(WHO) 위기소통 자문위원도 “리 총리는 상황이 악화할 수 있음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면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정보 제공) 투명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신뢰가 있기에 리 총리의 담화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했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600만명이 채 되지 않는데도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이날 현재 45명으로, 중국 일본 다음으로 많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총리뿐 아니라 각 부처 장관들이 거의 매일 국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와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공포와 혼란의 싹을 자르고, 중국인 세입자 혐오 등 이번 사태로 빚어진 그릇된 사회 현상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식이다.

반면 태국 정부는 부처마다 다른 입장을 밝히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예컨대 중국 관광객 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하자는 보건부의 제안을, 관광부가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심지어 아누틴 찬위라쿤 보건부 장관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서양 관광객을 태국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인종 차별 발언으로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일본은 통계 꼼수가 도마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무더기로 나온 대형 크루즈 선박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확진 환자 숫자를 일본 내 발생 통계에 넣지 않고 별도 처리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가는 아니지만 블룸버그는 홍콩 사례도 인용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중국 본토와의 국경 봉쇄 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은 마스크를 쓴 채 공무원들에게 ‘마스크 금지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이 어떠해야 하는지, 싱가포르는 교과서, 태국 일본 홍콩은 반면교사인 셈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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