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포터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입은 황금빛 드레스. 빌리 포터 인스타그램

황금 깃털을 연상시키는 상의 장식과 풍성한 실루엣이 특징인 드레스가 시선을 사로 잡는데요. 미국의 가수 겸 배우 빌리 포터가 지난 10일(한국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입은 드레스입니다. 20㎝는 돼 보이는 높은 ‘황금 힐’도 눈에 띕니다.

포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착용한 화려한 장신구들. 빌리 포터 인스타그램

의문이 드실 텐데요. 왜 남자가 드레스를 입었지? 포터는 ‘젠더리스(genderless) 룩’의 대표주자로 손꼽힙니다. ‘젠더리스 룩’이란 성별이나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옷차림을 즐기는 새로운 패션 경향을 이르는 말인데요. 그간 포터가 공식석상에서 입은 의상을 보면 그가 왜 ‘젠더리스 룩’의 대표주자로 꼽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포터가 지난달 27일 열린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입은 의상도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는 크리스탈이 챙을 따라 장식된 모자를 쓰고 ‘드랙퀸’(여장 남자)을 연상 시키는 룩을 선보였습니다. 화려한 메이크업도 시선을 사로 잡죠.

포터가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입은 의상. 빌리 포터 인스타그램

또 다른 드레스 룩을 볼까요? 지난달 13일 열린 제25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포터는 민트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상체에는 크고 작은 나비 문양을 그려 넣어 화려함을 강조했고요. 팬들은 포터야말로 어떤 편견도 없이 ‘옷을 사랑하고 패션을 즐기는 자’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달 13일 열린 제25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포터는 민트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빌리 포터 인스타그램

1994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한 포터는 가수, 배우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는데요. 2013년에는 뮤지컬 ‘킨키부츠’로 2013 토니 어워즈에서 뮤지컬 부문 남자 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9년에는 제71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포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죠.

이 작품은 80년대 뉴욕 할렘의 트랜스젠더와 게이 등 성소수자의 삶을 기록한 TV 시리즈인데요. 당시 포터는 수상소감에서 “우리와 같은 아티스트는 마음 속의 분자 구조를 바꿀 수 있으며,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며 “부디 이걸 멈추지 말아달라. 부디 진실을 말하는 걸 멈추지 말아달라.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포터의 수상은 커밍아웃한 남성 흑인 동성애자로서는 최초의 기록으로 많은 화제가 됐습니다. 배우 케리 워싱턴은 “포터가 에미상을 받으면서 또 하나의 역사가 펼쳐졌다”며 축하를 보내기도 했죠.

포터는 최근 여성 패션지 ‘얼루어’ 2월호 표지를 장식했는데요. 29년 역사상 남자 모델을 표지 모델로 캐스팅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 잡지 인터뷰에서 포터는 “패션은 언제나 나를 위한 표현이었다”며 “나는 항상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나는 항상 내 옷을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의 패션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신은 그들의 반응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드레스 입은 남자’ 빌리 포터가 레드 카펫을 밟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입은 드레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의상 중 하나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선보인 턱시도 드레스를 꼽았는데요. 디자이너 크리스찬 시리아노가 특별 제작한 벨벳 턱시도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선 포터. 그는 정말 패션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패션을 즐기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 잡습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