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돼 온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10일(현지시간) 차기 총리 후보직에 불출마를 결정했다. 최근 튀링겐주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던진 몰표로 예상을 뒤엎고 자유민주당 소속 토마스 켐메리히 후보가 주총리에 선출돼 독일 사회가 혼란에 빠진 이후 나온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이날 베를린 기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여름에 기민당 대표 겸 총리 후보 선출 과정을 진행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이번 결정이 기민ㆍ기사당 연합과 사회민주당 간의 대연정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차기 총리 후보직에 불출마할 뿐 현직인 국방장관직은 계속 수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가 거취 결정을 한 배경은 튀링겐주 총리 선출에서 AfD의 몰표로 켐메리히 자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AfD가 도발적인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고 기민당 지도부도 주의원들에게 경고를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기민당이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독일의 기성정당들이 2017년 9월 총선에서 연방하원에 진출한 AfD와의 협력을 공식적으로 거부해왔으나, 사실상 이번에 금기가 깨진 셈이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자를란트주 총리를 지내다 2018년 초 메르켈 총리에 의해 기민당 사무총장으로 발탁돼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그는 ‘미니 메르켈’로 불리며 사실상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주목을 받은 끝에 같은 해 12월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기민당이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 이어 작센주, 브란덴부르크주, 튀링겐주 선거에서 이전 선거보다 지지율이 급감하면서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의 입지는 좁아졌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지난해 11월 당이 지지하지 않으면 대표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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