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우한 교민 격리시설 확정지 가보니…
장호원읍 국방어학원 인근 주민들 “불안해”
“뉴스 보고야 알아” 설득 미흡… 설명회도 썰렁
“74년 내 평생 이런 불안감은 처음이네요.”
10일 오후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국방어학원에서 1km 남짓 떨어진 이황1리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최모(74)씨의 말이다.
합동군사대학교 예하 국방어학원은 이날 오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교민들을 데려와 3차 격리 수용할 장소라고 밝힌 곳이다. 마을 입구에선 국방어학원 생활관과 본관 건물 등이 훤히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최씨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곳에 수용한다고 발표해 놓고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데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도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최씨를 비롯해 마을 주민들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삼삼오오 마을회관 앞으로 모여들더니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침 뉴스 보고 알았다”, “발표 후 아들이 절대 나가지 말라고 전화왔다”, “사전에 알려주지도 않고 들어오는 게 어디 있느냐”고 쏟아냈다.
주민 불만은 우한 교민이 마을 어귀의 시설에 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부가 주민에게 알리지도 않고 발표한 데 있었다. 이날 정부는 오전에 관련 내용을 발표했지만 이황1리 마을주민설명회는 오후 4시에 이뤄졌다.
이종민(54) 이황1리 마을이장은 “이장협의회장으로부터 10일 오전 9시 읍사무소에서 회의를 하자고 해 국방어학원이 후보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오전 11시쯤 정부 발표가 난 것을 보고 알았다. 주민들에겐 오후 4시 행안부에서 내려와 주민설명회를 한다는 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마을노인회장도, 부녀회장도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천시 한 관계자도 “정부에서 지난 주말(8일)에 후보지가 4곳(경기 성남·이천·광주광역시·대전광역시)’이란 것과 10일 오전 11시에 발표한다는 내용만 알려왔을 뿐 실제 우리 이천시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이에 우리 시장도 9일 오후 장호원읍 이장단협의회장 등을 만나 후보지에 포함돼 있다는 내용을 알렸으며 10일 오전에 정부 발표를 보고서야 결과를 알았다”고 말했다.
오후 4시 행정안전부 이승우 사회재난대응정책관(3급)이 마을회관에서 ‘안전하다’ ‘정부를 믿어 달라’고 50분 넘게 설명했지만 이곳에 모인 30여명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이종환(73) 마을노인회장은 “정부나 이천시는 방역도 잘하고, 교민이 절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건 당연한 얘기 아니냐”며 “장소를 정하면서 주민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설명이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은 담담하면서도 침울한 듯 대부분 시선을 바닥으로 향했고 두 눈을 감기도 했다. 주민들은 설명회가 끝나고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떠나는 정부관계자들과 달리 한 참을 마을회관 앞에 앉아 대화하다 집으로 돌아갔다.
앞서 이날 오전 정부 발표가 난 후 국방어학원 안쪽은 썰렁했다. 오후 5시까지 공간을 비우라는 지시가 내려져 군인들이 모두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국방어학원 정문 입구에는 우한 3차 교민들을 위해 ‘체온’,‘측정’이란 안내 문구를 부착해 놓았다.
경비실 관계자는 “오후 5시까지 모두 비운 후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교민들은 12일 오전에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천=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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