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개입’ 13차례 등장… 유재수 사건에도 적극 개입 적시
“2선 의원 출신으로 청와대 내에서 입지가 굳은 피고인 백원우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에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관계를 묘사한 대목이다. 검찰 내에서도 ‘선거법 전문가’로 꼽히던 박 전 비서관조차 백 전 비서관의 위상 때문에 위법한 지시도 거부하지 못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백 전 비서관의 청와대 내 입지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사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일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백 전 비서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와 관련해 총 13차례 등장한다. 검찰은 하명수사의 시작과 끝에 백 전 비서관이 있었던 것으로 봤다. 백 전 비서관은 문해주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와 관련한 범죄첩보서를 보고 받았다. 이어 박 전 비서관에게 경찰에 첩보를 하달할 것을 요청하면서, “김기현 시장에 대한 집중적 수사가 되도록 해 달라”고 전했다.
백 전 비서관과 같은 1급 비서관이었던 박 전 비서관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백 전 비서관의 부당한 청탁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지 못했다. 그는 백 전 비서관의 요청에 따라 울산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해, 김 전 시장을 수사하는 경찰을 도와달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백 전 비서관은 이와 별도로 민정비서관실 관계자들을 울산에 직접 내려 보내 경찰 수사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 수사 상황을 별도로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 전 비서관의 ‘막강한 권력’은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 공소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박 전 비서관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적극적으로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을 제안하고, 금융위원회의 인사 처리에도 개입하는 것으로 적시돼 있다. 조 전 수석은 박 전 비서관에게 ‘백원우 비서관과 유재수 감찰 건 처리를 상의해 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감찰이 중단된 이후 백 전 비서관은 박 전 비서관을 배제한 채 유 전 부시장 소속 기관이었던 금융위원회에 연락해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공소사실에 비춰봤을 때 백 전 비서관이 청와대 안에서 ‘실질적 민정수석’ 역할을 했다는 분석까지 제기한다. 하지만 백 전 비서관은 지금까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김 전 시장 첩보 하달과 관련해 “관련 제보를 단순 이첩한 이후 그 사건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 조차 없다”면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될 사안조차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11월 말이 마지막이다.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 조 전 수석을 비롯해 청와대가 21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백 전 비서관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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