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뉴햄프셔 예비경선, 샌더스ㆍ부티지지 접전 양상
바이든, 유색인종 많은 네바다 등지서 반전 도모하지만
바이든에 대한 회의론 커지면서 흑인 표심 ‘무주공산’
트럼프 대통령도 흑인 유권자에 대한 공략 강화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밴드 시장이 돌풍을 일으키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초반 레이스에서 흑인 유권자 표심이 변수로 떠올랐다. 부티지지 전 시장의 상승세가 11일(현지시간) 열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선 이어지더라도 유색인종 비중이 높은 네바다(22일)ㆍ사우스캐롤라이나(29일)에선 고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흑인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아온 터라 실제 흑인 표심의 추이가 초반 경선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8일 공개된 보스턴글로벌과 서퍽대학 공동조사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이 24%로 1위였고 부티지지 전 시장은 22%였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깜짝 1위에 오른 부티지지 전 의원의 상승세가 뉴햄프셔주(州)에서도 거듭 확인된 것이다. 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13%, 바이든 전 부통령 10% 순이었다. 민주당 진보그룹에서 샌더스 의원이 강세를 유지한 반면 중도그룹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추락과 부티지지 전 시장의 부상이 뚜렷한 것이다.
하지만 뉴햄프셔 이후 경선이 치러질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백인 비중이 68% 정도이고 특히 사우스캘롤라이나는 흑인 주민이 27%나 된다. 백인 주민이 90%가 넘는 아이오와ㆍ뉴햄프셔와는 사정이 전혀 다른 만큼 흑인 등 유색인종의 지지가 극히 낮은 부티지지 전 시장의 상승세가 꺾이고 바이든 전 부통령이 국면 전환을 도모할 수 있는 지역이다. NBC방송은 “부티지지에겐 어려운 장애물이 다가오고 있다”며 “인종적으로 훨씬 다양한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는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사우스캐롤라이나 현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31%의 지지율로 부티지지 전 시장(5.5%)뿐만 아니라 샌더스 의원(17%)도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큰 격차로 추락하면 회의론이 커지면서 흑인 지지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그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많은 흑인들이 당선 가능성 때문에 바이든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아이오와 선거 결과로 그의 입지가 훼손됐다”면서 “바이든 측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방화벽’으로 생각하지만 여러 후보들이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추락이 현실화할 경우 흑인 표심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주자들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흑인 젊은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고, 3월부터 경선에 본격 가세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8일 마틴 루터 킹 목사 교회 방문과 흑인을 위해 세워진 앨라바마주립대 유세 등으로 흑인 표심잡기에 적극 나섰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흑인 유권자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7일 흑인 인구가 많은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유세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흑인 유권자를 타깃으로 한 풀뿌리 선거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더그 헤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들 투표에서 이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들로부터의 지지율을 2~3%포인트 늘리면 민주당에겐 더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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