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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논리 모호... 법적 다툼도 해볼만” 우리금융 ‘손태승 체제 유지’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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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논리 모호... 법적 다툼도 해볼만” 우리금융 ‘손태승 체제 유지’ 승부수

입력
2020.02.11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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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에 대한 재신임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까지 강행하기로 결정하자 금융권에서는 예상 밖의 행보라는 반응이 나온다. 고객 비밀번호 도용이란 또 다른 금융사고로 당국의 추가 징계까지 예상되는 시점이라 징계에 정면으로 맞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징계 논리가 모호해 법적으로 다툴 경우 승산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11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를 결정한다. 이는 당국의 중징계에도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손 회장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수용할 경우 행장이 아닌 새 회장을 우선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측이 금감원의 중징계에 불복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달 초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 통보가 오면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내부통제 관련 징계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사실상의 ‘2라운드 공방’이 벌어진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24조(내부통제 기준)’를 근거로 손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서 DLF 손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금융회사는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이 핵심 근거다.

그러나 우리금융 측은 지배구조법을 바탕으로 경영진 퇴출을 결정하기엔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현행 법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금융회사의 제재만을 규정할 뿐 통제 미비나 운영 부실에 대한 제재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검사실, 준법감시실 등 내부통제 모니터링을 위한 조직과 절차를 갖추고 있다”며 “모호한 법적 기준으로 경영진을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내부통제 운영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 기준이 없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명시적인 위법 행위가 없음에도 ‘실효성 있는 기준 미비’로 경영진을 처벌하는 것은 징계를 위한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도 DLF 사태의 책임을 경영진에게 묻기 어렵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별첨자료에는 “상품 제조 및 판매 과정상 나타난 내부통제 위반, 실패 등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는 설명과 함께 “관리감독 소홀로 소비자 피해 발생시 경영진 제재가 가능하도록 법규화 하고, 계류 중인 지배구조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금융위는 2018년 임직원이 내부통제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CEO를 제재하는 내용의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바꿔 말하면 현행 법 조항만으로는 CEO를 제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진 실수로 생긴 금융 손실을 징벌적으로 배상토록 하는 규정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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