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제도ㆍ언어 걸림돌 다 깨부숴… 한국 영화 세계 보편성 획득”
“한 마디로 기적이다, 기적!”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온다!” “꿈 같은 일이 벌어졌다!”
9일(현지시간)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휩쓸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무로도 발칵 뒤집혔다. 한국 영화 100년 역사에 정점을 찍는 쾌거에 영화인들은 감탄사를 쏟아 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대 사건”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충무로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배우 안성기는 자택에서 시상식 생중계를 보다가 작품상에 호명되자 비명을 질렀다. 안성기는 “국제장편영화상과 각본상은 기대했지만 감독상과 작품상까지 받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며 “봉준호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에 대해 “우리 이야기로 세계 무대에서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그동안 한국 영화가 세계로 나아가는 데 제도와 언어가 걸림돌이었는데 ‘기생충’이 이 모든 걸 깨부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것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000만영화 ‘신과 함께’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도 “감히 비교하건대 노벨상을 받은 기분”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원 대표는 “이번 수상이 ‘한국 영화’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그간 한국 영화가 받은 상을 보면 예술성에 치우쳐 있었다”며 “‘기생충’은 상업성까지 인정받은 만큼, 할리우드는 이제 한국에서 제2, 제3의 봉준호를 찾으려 할 것”이라 내다봤다.
열정적인 한국 관객 덕분이란 평도 나왔다. 이준익 감독은 “봉준호라는 감독을 키워 낸 건, 지난 20여년간 한국 영화에 응원과 찬사, 질책과 비판을 아끼지 않은 한국 관객들”이라며 “이번 수상은 봉준호 개인만이 아니라 한국 관객 모두의 성취”라고 했다.
20여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세계 영화인들과 교류한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전 세계 곳곳으로부터 축하 메시지가 오고 있다”며 “한국 영화가 새롭게 도약하고 세계 무대에서 붐을 일으키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팀에 축하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내고 있는 국민들께 자부심과 용기를 주어 특별히 감사하다”며 “우리 영화인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펴고 걱정 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아카데미가 보수적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2000년 이후 흑인 배우와 여성 감독, 블랙 필름에 상을 안기며 장벽을 하나씩 무너뜨려 왔다”며 “이번에 아시아 영화와 아시아 감독을 선택함으로써 또 한 걸음 진보했다”고 평가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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