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에서 신들린 듯한 연기로 극찬을 받은 호와킨 피닉스와 ‘주디’에서 전설적인 여배우 주디 갈런드를 연기한 러네이 젤위거가 올해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피닉스는 첫 번째 오스카 수상이고, 젤위거는 두 번째로 상을 받았다. 주연상 부문으로 한정하면 공교롭게 두 배우 모두 세 번의 도전 끝에 처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피닉스와 젤위거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영화 ‘조커’와 ‘주디’로 주연상을 받았다. 피닉스의 수상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조커’ 개봉 직후부터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목되며 경쟁에서 앞서 나갔다. ‘페인 앤 글로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결혼 이야기’의 애덤 드라이버, ‘두 교황’의 조너선 프라이스는 사실상 피닉스의 들러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닉스는 앞서 미국 골든글로브와 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등 주요 시상식에서도 주연상을 휩쓸었다. ‘조커’는 국내에서 지난해 개봉해 52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고 리버 피닉스의 동생으로도 유명한 피닉스는 2001년 ‘글래디에이터’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뒤 ‘앙코르’(2006)와 ‘마스터’(2013)까지 세 차례 고배를 마신 뒤 ‘조커’로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이 영화에서 그는 코미디언을 꿈꾸는 평범한 시민이 광기 어린 악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 극찬을 받았다. 그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영화가 표현한 방식을 사랑한다. 이 영화는 내 삶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 영화가 없었다면 내 인생이 어찌됐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젤위거의 수상도 예상 밖은 아니다. 그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의 도로시 역으로 유명한 미국 배우 겸 가수 주디 갈런드의 생애 끝자락을 조명한 전기 영화 ‘주디’(국내 개봉 이달 26일)로 올해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해리엇’의 신시아 에리보와 ‘결혼 이야기’의 스칼릿 조핸슨, ‘밤쉘’의 샬리즈 세런, ‘작은 아씨들’의 시어셔 로넌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16년 만에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젤위거가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로 인정 받은 건 꽤 오래 전이다. 이미 2002년 ‘브리짓 존스의 일기’로 처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가 된 데 이어 2003년 ‘시카고’로 다시 한 번 같은 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러다 이듬해 ‘콜드 마운틴’으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안았다. ‘주디’는 2010년 ‘마이 러브 송’ 이후 6년간 영화계를 떠나 있다 돌아온 젤위거의 ‘진정한 복귀작’으로 평가 받는다. 미 일간 LA타임스는 “젤위거가 선보인 최고의 연기 중 하나”라고 호평했다.
젤위거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자신이 연기한 인물인 갈런드에게 영광을 돌렸다. 수상 직후 “주디 갈런드는 살아 있는 동안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누리지 못했지만 지금 우리가 그의 유산을 기리고 있다”며 “그의 유산은 특별하고 예외적인 전설이다. 우리의 영웅이던 갈런드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