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은 생명과도 같은 것으로서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며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일체의 언행이나 처신에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 4ㆍ15 총선에 대비해 열린 이날 회의에서 윤 총장은 공정한 총선 관리를 여러 차례 당부했다. 그간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을 강도 높게 수사해 온 검찰이 선거 관리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오해받지 않도록 신중한 처신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발언은 법무부의 울산 사건 공소장 비공개 방침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된 공소장 내용과 맞물려 주목을 끈다.
검찰 공소장에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청와대가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민정ㆍ정무수석실 등 비서실 직제 조직 7곳을 동원한 정황이 적시돼 있다. 일부 관련자들이 검찰 수사결과를 적극 반박하고 있지만 청와대 차원에서 송 시장을 밀었다고 의심할 만한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공소장 내용대로라면 법치주의를 훼손한 심각한 범죄다. 대규모 검찰 간부 인사부터 공소장 비공개까지 일련의 조치가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을 축소하려는 의도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 개혁’을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정한 청와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데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청와대의 공식 설명이나 해명이 있어야 한다.
검찰로서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당연하지만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소지는 없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윤 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2위에 오른 데서 보듯 권력을 겨냥한 수사는 그 자체로 정치적 의미를 갖기 마련이다. 핵심을 찌르는 절제와 균형을 갖춘 수사는 언제나 검찰이 지켜야 할 최우선 덕목이다. 검찰 개혁의 요체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권력과 검찰이 함께 노력하지 않는 한 요원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부터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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