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연이은 이상 기후로 고통받고 있다. 6개월 가까이 사상 최악의 산불과 가뭄이 기승을 부리더니 이번엔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홍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산불을 진화하는 ‘가뭄의 단비’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또 다른 재난이다. 지구온난화의 저주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호주 ABC방송은 10일 호주 기상청(BOM)을 인용, “6일부터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 비가 쏟아져 최대 도시 시드니가 1990년 이후 최대 강수량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BOM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부터 24시간 동안 시드니의 누적 강수량은 400㎜에 달했다. 특히 시드니 남부 로버트슨 지역에는 일주일간 32년 만에 최고치인 698㎜의 물폭탄을 퍼부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동부 연안을 휩쓴 산불ㆍ가뭄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터라 처음에는 집중호우를 반겼다. NSW주 소방당국은 트위터에 “우리가 듣기를 원하던 가장 반가운 뉴스”라고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 비 소식 덕분에 5일 기준 NSW주에서 진행 중인 산불 62개가 이틀 만에 22개로 줄었고, 지금은 17개가 남아 있다. 시드니 식수원 역할을 하는 와라감바댐의 저수율도 42%에서 63%로 상승했다.
하지만 비가 멈추지 않으면서 이제는 물난리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NSW주에서 13만4,000가구가 정전 사태를 겪었고, 시드니에선 200여명이 운전을 하다 소방당국의 구조를 받기도 했다. 호주보험협회(ICA)는 “보험 청구 건수가 1만건을 넘었고 4,500만호주달러(약 357억8,805원)의 재산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폴 베일리 NSW주 응급구조대장은 “지난 며칠 동안 1만건 이상의 응급 전화가 몰렸다”고 말했다.
악천후가 반복되면서 기후변화 원인설은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거세지는 폭우는 지구가 달궈지고 있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네빌 니콜 호주 모나시대 명예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수십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산불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태풍 폭염 열대성저기압 등 다른 극단적 기후변화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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