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책임론 고조… 역대 최악 유혈 참극

9일(현지시간) 태국에서 발생한 ‘묻지마 총기난사’ 사건의 후폭풍이 정부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태국 단일 사건 사상 최악의 유혈 참극을 낳은 배후에 총기 소유를 허가하고도 테러 대책 마련에는 소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 태세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현역 군인 신분이었지만, 정부가 문제 발생 가능성을 상정해 공공시설 방어 체계만이라도 갖춰 놨더라면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10일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부터 개인의 총기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20세 이상으로 범죄 경력이 없고, 자국 영주권이나 6개월 이상 거주한 주택등록부를 지닌 사람이면 누구나 총포류를 소지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역사에 비해 총기 관련 정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관리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7년 기준 태국 민간부문이 소유한 총기는 1,034만여정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정식 등록된 총기는 622만정에 불과하다. 전체 총기의 40%(412만정) 가량이 음지에서 거래되는 셈인데, 불법 유통이 많아질수록 범죄 이용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처럼 대량 살상은 아니더라도 태국에선 매년 절도 등 다툼에 총기가 빈번히 사용돼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지난달 9일 방콕 쇼핑몰에서도 복면강도가 귀금속을 훔치는 과정에서 총을 쏴 3명이 숨졌다.
강력범죄를 막기 위한 예방 대책도 없다시피 하다. 현지 온라인매체 더네이션 타일랜드는 “정부는 사건이 일어나면 범인 검거 등 사후 처리에만 집중할 뿐, 비상 상황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를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이날 군부대 내 감시초소(GP)에서 총기 보관을 금지하는 조치만 내렸을 뿐, 여전히 민간 부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총기난사 사건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사망자 수는 이날 4명 증가해 총 30명에 달한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총기, 폭탄 등에 의한 역대 강력 사건 중 가장 많은 희생자이다. 현지 군소식통은 “사살된 범인 짜끄라판 톰마 선임부사관은 군에서 다양한 특수작전 훈련을 받아 원거리 사격 능력이 뛰어났다”며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짜끄라판 부사관은 부동산 갈등 등 개인적 원한에 의해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쁘라윳 총리는 “이번 사건은 주택매매 거래를 둘러싼 지휘관 친척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최초 살해된 아나트롯 끄라세 대령과 그의 장모를 유력한 연루자로 지목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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