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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도매가 10년 만에 최저인데… 소비가격은 왜 안 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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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도매가 10년 만에 최저인데… 소비가격은 왜 안 떨어지나

입력
2020.02.11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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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한 직원이 돼지고기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이마트는 14일부터 국산 삼겹살과 목살을 할인 판매한다. 이마트 제공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한 직원이 돼지고기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이마트는 14일부터 국산 삼겹살과 목살을 할인 판매한다. 이마트 제공

경남 창녕군에서 돼지 5,000두를 사육하는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산지도매가격이 너무 떨어진 탓에 손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료값과 인건비를 포함한 돼지고기 생산원가는 ㎏당 4,200원선인데, 도매가는 3,000원을 밑돈다. ㎏당 1,200원이나 밑지고 팔아야 하니 돼지 한 마리(약 110㎏)당 손해가 10만원이 넘는다. A씨는 “빚을 내는 데도 한계에 다다랐다“며 “정작 소비자들은 돼지고기 값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 농가만 피해를 입는다”고 호소했다.

돼지고기 도매가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급기야 이달 들어선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가정간편식의 인기와 아프리카돼지열병 영향으로 계속된 도매가 하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따른 외식업계 위축으로 지속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가 몰고 온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다면 돼지고기 소비 심리 회복도 더딜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이마트와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6일까지 돼지고기 ㎏당 평균 도매가는 2,906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3,505원보다 17%가량 하락한 가격으로, 2011년(같은 기간 6,393원) 이후 최저치다.

돼지고기 도매가가 생산원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8년 10월부터다. 그 해 9월 ㎏당 5,120원이었던 도매가는 다음달 3,911원으로 폭락했고, 지난해 3월까지 3,000원대에 머물렀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이 시기 도매가 하락의 원인을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로 보고 있다. “가정간편식 형태로 가공한 제품이 늘면서 식품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국산 대신 수입육을 선호하게 됐고, 그 결과 국산 돼지고기 재고가 쌓여 도매가를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돼지고기 도매가와 소매가 변화. 그래픽=박구원기자
돼지고기 도매가와 소매가 변화. 그래픽=박구원기자

이후 5개월 동안 4,000원대에 턱걸이 했던 도매가는 지난해 가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2019년 10월 3,143원으로 내려간 데 이어 올 1월엔 아예 2,000원대로 주저앉았다. 한돈자조금관리위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당시 도축을 못한 며칠간은 돼지고기 값이 오르며 품귀현상 우려마저 나왔지만, 오래지 않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도매가가 폭락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줄어든 돼지고기 소비는 지난달 말부터 신종 코로나 때문에 외식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더 위축된 양상이다.

돼지고기 값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점도 소비 심리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도매가를 감안하면 소비자가격(소매가)은 ㎏당 1만5,000원 이하가 적당한데, 시중에선 이보다 비싸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품귀 현상 우려로 소매가가 반짝 오른 이후 도매가 하락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 1~2월 국산 냉장 삼겹살 소매가는 100g당 1,500~1800원에 형성됐다.

이에 대형 유통업체들은 돼지고기 할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달 14~16일 국산 삼겹살과 목살을 30% 할인 판매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할인 행사 당시 삼겹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1%, 목살은 25.1% 상승했다”며 “양돈농가의 판로 확보와 돼지고기 소비 활성화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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