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10일 해당지역서 건강영향 평가 착수
12월 15일까지 조사, 내년 2월쯤 결과 발표
청주시 “소각장과 암발병 인과관계 밝혀질 것”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폐기물소각장 밀집 지역에 대한 건강영향 조사가 10일 시작됐다. 소각장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로 암 발병이 급증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역학적으로 확인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북이면 소각장 주변 지역에 건강영향 조사를 10일부터 오는 12월 15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북이면에는 반경 2㎞ 이내에 ㈜클렌코(옛 진주산업), 우진환경개발㈜, ㈜다나에너지솔루션 등 3개의 대규모 소각장이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폐기물소각장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 때문에 주민 45명이 각종 암에 걸리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난해 4월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전문위원회를 꾸린 환경부는 지역 규모에 비해 소각장이 과밀하고 일부 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원을 수용했다.
이번 건강영향 조사는 크게 환경 오염도와 주민 건강 등 두 가지 분야로 나눠 진행한다. 환경 오염도 조사는 다이옥신 등 소각장 배출 유해 물질의 영향권이 어디까지 마치는지 파악하고 대기ㆍ토양 오염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달부터 들어간다. 주민건강 조사는 설문조사와 건강검진, 인체노출 평가, 건강자료 분석 순으로 다음달부터 이어진다.
조사에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주민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조사 방안을 확정한 데 이어 12월 충북대 산학협력단(책임자 김용대 교수)을 조사기관으로 선정했다.
지난달에는 청주시의 협조로 인구, 배출시설 현황, 행정처분 내역, 대기오염물질 자가측정 및 배출량 등 관련 자료에 대한 사전 분석을 끝냈다.
아울러 조사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대표, 청주시가 추천한 환경 전문가 11인으로 민관합동 조사 협의회도 구성했다.
환경부는 내년 2월 쯤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현석 청주시 자원정책과장은 “이번 조사는 정부가 소각장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첫 건강영향 조사”라며 “폐기물소각장 오염물질과 암 발생 간 과학적 인과관계가 밝혀지길 바라며, 조사 과정에서 청주시도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주시에 따르면 현재 청주에는 17개의 소각장이 건설돼 전국 폐기물의 18%(하루 2,250톤)를 소각 처리하고 있다. 특히 북이면에는 대용량 폐기물소각장이 집중적으로 들어서면서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45명의 암환자가 보건소 관리를 받고 있다. 북이주민협의체는 북이면 주민 가운데 60명이 5년~10년 사이 암으로 사망했으며, 이중 폐암 사망자가 절반이 넘는 31명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주민들은 “높은 암 발병과 사망률이 소각장에서 비롯됐다”며 정부와 지자체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해왔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