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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올림픽 복귀에도 냉랭한 농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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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올림픽 복귀에도 냉랭한 농구계

입력
2020.02.10 15:55
수정
2020.02.10 17: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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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에 복귀한 여자농구 선수단. FIBA 홈페이지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에 복귀한 여자농구 선수단. FIBA 홈페이지

한국 여자농구가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에 복귀했다. 그러나 농구팬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농구계 경사에 환호의 박수 대신 이문규 감독의 지도력에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 1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끝난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 B조에서 중국 스페인에 이어 조 3위까지 주어지는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여자농구가 올림픽 무대를 밟은 건 2008년 베이징 대회 8강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4대 구기 스포츠 가운데 가장 세계 수준과 격차가 큰 종목이 농구다.

그러나 신체 조건, 개인기의 열세를 감안하더라도 이 감독의 지도력은 대회 내내 도마 위에 올랐다. 애초 우리나라(19위)와 세계랭킹이 비슷한 영국(18위)을 ‘1승 제물’로 삼겠다는 전략은 결과적으론 성공했지만 극단적인 ‘주전 농구’로 위험천만한 상황을 자초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 영국전에서 3명(강이슬 박혜진 김단비)이 4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나머지 주전 2명도 35분 이상 뛰었다. 결국 4쿼터 중반까지 17점 차로 크게 앞서다가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82-79, 3점 차 진땀 승리로 끝났다. 이 감독은 “주전들이 오래 뛰지 않으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다음날 중국전까지 여파는 이어졌다. 60-100, 40점 차로 대패하면서 만약 영국이 스페인을 꺾었다면 골득실에서 밀리는 한국이 최하위가 되는 상황이었다. 스페인은 사실상 영국전 승패와 상관없이 티켓을 확보한 상황이었기에 전력을 다할 이유도 없었다.

답답한 공격 루트와 쉽게 뚫리는 수비망 등 전술 부재 논란도 잇따랐다. 이 감독은 여론을 의식한 듯 “높이에 열세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훈련 기간을 통해 수비 전술을 가다듬어야 본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은메달 신화를 일구는 등 1970~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여자농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오르며 제2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그러다 정선민을 비롯해 박정은 변연하 이미선 하은주 최윤아 등 베테랑들이 줄줄이 은퇴하면서 아시아 정상권에서도 멀어졌다. 12년 만의 올림픽 복귀는 2010년대 침체됐던 여자농구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도쿄올림픽에서 자칫 큰 상처만 입고 돌아올 수도 있다. 참가 12개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8위) 스페인(3위) 호주(2위) 벨기에(9위) 푸에르토리코(23위) 세르비아(7위) 캐나다(4위) 프랑스(5위) 나이지리아(17위) 일본(10위) 미국(1위)이다. 최종 예선과는 또 수준이 다른 세계 최강국들이다. 남은 5개월 간 어떤 변화로 재무장할지, 1승에 8강을 목표로 잡은 이 감독 스스로에게 내려진 숙제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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